환경 이야기
우리나라 산업계를 대변해온 대표적 경제신문에 3일 “극소수 국가만이 지구온난화의 광기 어린 주술에 사로잡혀 있다”고 결론 내린 사설이 실렸다. “한국이 지구온난화에 목을 매고 있다”는 앞 문장과 연결해보면 한국이 그런 국가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이 사설이 나온 계기는 사설 제목처럼 ‘지구 온난화는 과학 아니라는 패트릭 무어의 고백’이다. 이 신문은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공동설립자인 그가 지난주 미국 상원의 한 위원회에 나와 말한 것으로 외신에 보도된 ‘지구온난화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소개한 뒤, “환경주의자들은 로마클럽이나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를 금과옥조로 받들면서 지구촌에 환경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떠들어왔다. 그 결과 각국이 탄소배출 할당까지 짊어지는 촌극을 연출했다”며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조롱했다.
사설을 읽어보면 세계적 환경운동의 원로가 환경운동 진영에서 드러내기를 꺼려온 대단한 진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오해다. 캐나다 출신인 패트릭 무어는 1971년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 환경운동에 뛰어들어 그린피스의 창립을 이끌었다. 하지만 1986년 그린피스의 정치성을 비판하며 조직에서 나와 지금은 환경 관련 자문업을 하고 있다.
무어가 그린피스를 떠난 지 3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그린피스 공동창립자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은 후배들 덕이다. 그들이 포경선 작살 앞에 맨몸으로 맞서고 삼엄한 경계를 비웃으며 핵발전소 안까지 진입하는 전투적이고 기발한 캠페인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그린피스의 존재를 각인시키면서 공동창립자의 이름값도 덩달아 올라갔다. 물론 잊힐 만하면 주류 환경단체의 주장과 상반되는 발언을 해 자신을 스스로 언론의 뉴스원으로 만들어온 그의 능력도 무시할 순 없다. 그는 2년 전 지식경제부 주최 강연을 하러 한국에 왔을 때도 “고리 원전에서의 작업자 실수가 원자력 발전 전체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원자력 발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언론을 탔다.
패트릭 무어의 이런 행보는 알려질 만큼 알려져 약효는 전 같지 않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발언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과학에서 미처 해결되지 못한 지점이나 과거의 한두가지 오류를 근거로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언론의 시선을 끌지는 못한다. 미 상원에서의 무어의 발언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극히 일부 언론이 화제성으로 다뤘을 뿐이다.
이 경제신문이 무어의 발언을 띄운 이유는 사설의 결론부에 잘 나타나 있다. 사설은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2020년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기업들이 수차례 진정서를 올렸지만 아예 묵살하고 있다. 한번 입력된 오도된 지식을 무작정 신봉한다”고 개탄했다.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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