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경남 진주시 대곡면에서 지난 10일 발견된 암석을 잘라 분석한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절단면에서 철-니켈 합금(가운데)이 많이 관찰됐는데, 이는 ‘에이치그룹 시원운석’이 보이는 특징이다.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 운석으로 최종확인
운석 80% 이상 속한 ‘시원운석’
가격은 1에 1~10달러로 알려져
16일 외지탐사객 3번째 운석 발견
법원 “소유권은 발견자가 더 유리”
운석 80% 이상 속한 ‘시원운석’
가격은 1에 1~10달러로 알려져
16일 외지탐사객 3번째 운석 발견
법원 “소유권은 발견자가 더 유리”
10일과 11일 잇따라 경남 진주시 대곡면과 미천면에서 발견된 암석들은 모두 운석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16일에도 진주의 밭에서 세번째 운석이 외지인에 의해 발견돼 소유권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 일고 있다.
■ “운석 맞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16일 “지난 9일 저녁 8시께 전국에서 운석 낙하현상(파이어볼)이 관측된 하루 뒤 진주시 대곡면과 이틀 뒤 미천면에서 잇따라 발견된 암석들을 분석한 결과 운석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암석을 발견한 밭 주인들과 합의해 운석의 일부를 절단한 뒤 연구소 안 극지지구시스템연구부와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의 공동연구팀이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1차 분석한 결과, 이 암석들이 시원운석(콘드라이트)의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두 운석은 현재 극지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운석은 기원과 진화 과정에 따라 시원운석과 분화운석으로 나뉜다. 분화운석은 45억년 전 지구처럼 행성체들이 초기 용융 상태에서 무거운 철이 가라앉아 핵이 되고 중간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석질 성분의 맨틀과 껍질(지각)로 진화한 뒤 그중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을 말한다.
시원운석은 태양계 성운에서 행성체들이 형성되기 이전에 생겨나, 분화운석에 없는 콘드룰(condrule)이라는 구슬 모양의 입자가 들어 있다. 오래된 만큼 우주 생성을 연구하는 데 가치가 있다. 운석학자들은 금속 함량에 따라 시원운석을 에이치(H)·엘(L)·엘엘(LL)그룹으로 세분하고, 콘드룰의 보존 상태에 따라 다시 4단계로 나눈다.
최변각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운석은 철-니켈 합금이 많이 들어 있는 에이치그룹에 속한다. 운석에서 발견되는 순수한 금속 철은 지구의 철광석에 들어 있는 산화철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종익 극지연구소 극지지구시스템연구부 책임연구원은 “풍화 등에 의한 운석의 변성 정도와 소행성 등과의 충격 정도 등을 추가 분석한 뒤 이른 시일 안에 국제운석학회에 발견된 지명을 따라 ‘진주운석’으로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운석 가격·소유권 논란 운석이 국내에서 발견되기는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두원운석’이 채취된 이래 처음인데다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의 운석 금메달이 고가인 것으로 알려져 운석 가격과 소유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진주운석은 가격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원운석은 지구에서 발견되는 운석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특히 에이치그룹은 국제 운석 등록 사이트에 올라 있는 4만9000개의 운석 가운데 1만9000여개에 이를 정도로 흔하다. 가격도 1g에 1~10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는 이날 “진주운석이 대기권에서 두 개 이상으로 분리됐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에 발견된 것 말고도 추가로 존재할 확률이 높다. 외국에서 운석 수집가가 진주를 방문해 운석을 찾고 있어 운석의 무단 해외반출이 안 되도록 관계당국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1일 미천면에서 운석을 발견한 박아무개(55)씨는 “한쪽 떼어 형제들끼리 기념 목걸이나 만들고 나머지는 박물관에 기증할까 한다. 남의 나라에 팔아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미천면의 한 밭에서는 부산에 사는 한 탐사객이 1㎏가량의 세번째 운석을 찾아 반출하려다 경찰과 한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운석은 문화재나 광석과 달리 주인이 없는 물건(무주물)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발견자가 소유자로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진주/신동명 기자, 김선식 기자 kylee@hani.co.kr
연구자들이 이날 2차 운석 발견지인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일대에서 돌을 탐색하는 등 지질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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