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약 제품을 현미경으로 본 모습. 까맣게 보이는 것이 연마제로 들어간 지름 0.03㎜ 가량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다. 댄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세 플라스틱 대응책은
바닷물 속 미세 플라스틱에 초점을 맞춘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행동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장은 “행동을 취하기에는 과학적 연구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학계는 미세 플라스틱의 기준에 대해서도 최대 길이 1㎜로 할 것인지, 5㎜로 할 것인지 사이에서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유엔환경계획(UNEP)·국제해사기구(IMO) 등 유엔 산하 기구에 해양환경 보호와 관련한 과학적 측면을 자문하는 전문가 그룹(GESAMP)은 2010년에야 미세 플라스틱 해양 오염에 주목하고 본격적인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심 단장도 참여하고 있는 이 그룹의 최종 보고서는 오는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실태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등은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많지만, 미국의 ‘파이브 자이어스’, 영국의 ‘플라스틱 오션’과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은 예방 차원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추방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들은 비닐봉지와 같은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소비 줄이기와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물 속에 추가로 흘러드는 걸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바다에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를 의미있는 수준까지 제거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치약, 세정용 스크럽과 같은 생활용품에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넣는 제조업체들에호두 껍질이나 코코넛 껍질과 같은 유기물질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를 상대로는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생활용품을 쓰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캠페인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13년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는 2015년까지 자사의 글로벌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추방하기로 했다. 이어 로레알, 콜게이트, 프록터앤갬블, 존슨앤존슨 등도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유니레버와 비슷한 약속을 했다.
국내에선 아직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환경보전 단체인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대표 홍선욱)의 활동이 눈에 띈다. 이 단체는 스티로폼 부자(부이)가 부서져 생기는 2차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정부에 부자 소재를 다른 재료로 바꾸거나 사용을 줄이는 양식법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해양수산부의 제2차 해양쓰레기관리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올해부터는 남해안 양식 어민들과 함께 스티로폼 부자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 적용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 단체 부설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 이종명 소장은 “국내는 아직 외국과 같은 포괄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근거가 되는 연구 자료가 부족해 우선 해양 쓰레기 중에 미세화 문제가 큰 스티로폼 부자 문제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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