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1년에 2천~3천마리 쓱싹 ‘땅코나 맹수’
이 동물의 이름은 조금 독특해 보인다. ‘무산’은 원래 함경북도 무산군이라는 지역에서 널리 알려졌다 해서 붙여진 것이며, ‘쇠’는 ‘작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무산쇠족제비는 식육목 동물(고기를 섭취하는 육식동물)들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은 종류이다. 마치 덜 자란 새끼 족제비처럼 보인다. 이 동물은 다 커봐야 길이가 꼬리를 포함해서 20~25cm 정도 밖에 안된다. 턱 아래에서부터 아랫배 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얀 털로 덮여 있어서 보통의 족제비와는 다른 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몸길이가 이 정도니 몸통 두께는 아주 가늘다.
무산쇠족제비는 크기가 작아 얼핏 보면 제대로 사냥이나 하겠나 싶지만 결코 만만한 성격을 가진 동물이 아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작고 날씬한 몸통 덕분에 아주 작은 쥐구멍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쥐들은 땅 속에 수 미터 길이의 복잡한 미로를 파 놓고 그 속에서 안전하게 숨어 지낸다. 고양이가 공격해와도 땅 속 구멍으로 재빨리 들어가 버릴 수 있다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산쇠족제비를 만났을 때는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무산쇠족제비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순간, 그것은 쥐에게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쥐구멍으로 재빨리 피신한다 해도 날씬한 몸매로 굴 속까지 쫓아 들어오는 무산쇠족제비를 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곤 한다. 게다가 무산쇠족제비는 굴 속에서 한 마리의 먹이감만을 잡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혼비백산해 우왕좌왕하는 다른 쥐들도 공격하여 해치워 버리는 습성이 있어서 작은 쥐들에게는 무서운 맹수가 된다.
흔히 고양이가 쥐 사냥에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쥐 사냥에서 단연코 으뜸인 것은 바로 무산쇠족제비라 할 수 있다. 일년에 보통 2천~3천마리의 쥐를 잡는다고 하니 비교할 상대가 없을 정도이다. 이렇듯 무산쇠족제비는 우리의 생태계에서 쥐들의 세계를 매우 효과적으로 조절해줄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동물은 그 작은 몸집만큼이나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못하여 왔다. 현재 멸종위기종 2급에 포함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된 상황에 이르렀으나, 아직 이들의 분포상황이 어떠하며, 어떤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카드로 써야 할 ‘종 복원’이라는 단어를 꺼내들기 이전에 빨리 이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봉착해 있는 문제점들을 해소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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