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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국민소득 2만달러, 행복지수 2만달러?

등록 2005-09-13 18:51수정 2005-09-14 17:30

강원도 정선군과 강릉시 경계에 있는 자병산의 석회석 광산. 시멘트 원료를 캐내는 과정에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지나가는 정상부와 한쪽 사면이 거의 잘려 나갔다.  우이령보존회 제공.
강원도 정선군과 강릉시 경계에 있는 자병산의 석회석 광산. 시멘트 원료를 캐내는 과정에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지나가는 정상부와 한쪽 사면이 거의 잘려 나갔다. 우이령보존회 제공.
대기 정체로 대기오염물질이 미처 확산되지 못한 서울 강남 일대. 대기오염 악화는 의료관련 업종의 생산활동을 증가시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탁기형 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대기 정체로 대기오염물질이 미처 확산되지 못한 서울 강남 일대. 대기오염 악화는 의료관련 업종의 생산활동을 증가시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백두대간 산 뭉개 시멘트 캐내면 국민소득 올라간다
유조선 기름 새 바다 오염되면 성장률 올라간다
파헤치고 써버리고 부수고 더럽힐수록 올라가는 국민소득
그거 대신 녹색성장지표 행복지표 만들어줘~

백두대간 한 가운데 자리잡은 산에서 석회석을 캐내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 시멘트 제조업의 특성상 이 공장이 어느정도 분진과 같은 오염물질을 내보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한 시멘트 생산량에 비례해 산이 깎여 나가고, 우리나라의 석회석 매장량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과 이에 기초한 현행 경제성장 지표는 시멘트 생산과 같은 다양한 경제활동에 부수되는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국민 피해는 무시한다. 기업회계라면 당연히 고정자산 감소로 분류될 지하자원 감소도 계산에 넣지 않는다. 그러나보니 결국 환경오염을 많이 시킬수록, 석회석 자원을 빨리 고갈시킬수록 경제성장률 수치는 높아지고 국민소득은 증대되는 것이다. 이는 유조선 기름 유출과 같은 대형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화 작업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보다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지난 7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는 이처럼 지디피를 중심으로 한 현행 ‘국민계정체계(SNA)’의 한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환경단체인 환경정의 주최로 열렸다. 사실 이 주제는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된 것으로, 환경운동진영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토론회를 연 것은 어떤 연유일까?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최고 목표가 된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디피와 경제성장률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며 “이와 같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도끼질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매달리고 있으나, 우리가 경제성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물질적 풍요일 뿐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아니다”며 “이처럼 경제성장이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지 못한다면 이는 경제성장에 투입된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2만 달러라는 숫자를 목표로 한 맹목적 경제성장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행복을 고려하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환경보전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제성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5년 7월 전남 남해안에서 좌초한 유조선 ‘씨프린스호’에서 흘러 나온 기름으로 오염된 바닷가.   <한겨레> 자료사진
1995년 7월 전남 남해안에서 좌초한 유조선 ‘씨프린스호’에서 흘러 나온 기름으로 오염된 바닷가. <한겨레> 자료사진

‘지속가능성과 녹색지디피’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 김종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획조정팀장은 “성장지상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측정해 보여줄 지표가 없다는 것”이라며 “지디피와 같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지표를 개발해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경제 성장과 환경과의 상충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천재의 영역에 있던 것들이 빠르게 인재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나듯, 우리 사회의 사회·환경문제 관리능력의 증대는 경제성장과 직접 관련이 있고, 수명과 교육, 건강 등 행복의 요소 또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대와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주장이 그것이다. 유 교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접근은 따라서 소득분배 문제와 직접 연관된다”며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환경운동은 사치재로 몰리기 쉽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녹색GDP 만든 정부? 전세계에 없다

지난 7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환경정의 주최로 열린 지디피의 문제점 관련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   김정수 기자
지난 7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환경정의 주최로 열린 지디피의 문제점 관련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  김정수 기자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지표에 대한 환경단체의 불만은 “한 나라 안에서 이뤄진 경제활동의 성과를 나타낼 뿐인 지표에 사회가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에 모아진다. “2만달러로 가자”는 정부의 독려를 받는 국민들은 은연중 지디피를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디피로 대표되는 맹목적인 성장 대신 지속가능한 발전의 정도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현재까지 나온 것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럽연합(EU) 등이 개발한 지속가능발전지표(SDIs), 유엔개발계획(UNDP)이 해마다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 세계경제포럼(WEF)의 환경지속성지수(ESI), 생태발자국(EF)·총물질요구(TMR)와 같은 물적단위지표, 녹색지디피(EDP)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이 가운데 녹색지디피를 선택해 2001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개발작업을 진행중이다. 녹색지디피는 쉽게 말해 지디피에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따른 비용을 제한 것이다. 따라서 녹색지디피를 계산하려면 이런 비용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복잡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환경부 계획의 성공을 점치기 어렵고, 또 성공했더라도 국제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지 자신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종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획조정팀장은 “여러가지 환경가치 평가기법이 개발됐지만 아직 이론적·실용적 측면에서 논란이 많아, 최근 유럽에서는 녹색지디피와 같은 화폐단위 지표보다는 물적단위 지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지디피 산출에 필요한 환경보호지출계정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정건식 한국은행 통계개발팀 차장도 “환경자산의 화폐평가방법에 대한 국제적 표준화도 아직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해 회의적 태도를 내비쳤다.

이런 어려움을 반영한 듯 현재까지 연구소 등의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녹색지디피 계산을 목표로 움직이는 나라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환경부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녹색지디피 발표국이 되는 셈이다.

노희경 환경부 환경경제과 서기관은 “물적단위지표와 같은 기초 통계만으로도 정책적 실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좀 문제가 있어도 녹색지디피를 산정해서 어느 정도의 신뢰도만 확보되면 발표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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