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야기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나라 밖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랫동안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의 진전을 가로막는 ‘악당’으로 여겨져온 미국이 달라졌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2일 미국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배출하는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0% 줄이겠다는 강력한 탄소 배출 규제안을 내놨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외신들은 탄소 배출량 상한제를 도입할 계획이라는 허젠쿤 중국 기후변화자문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3일 전했다. 중국은 이미 선전·상하이 등 한국의 2배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6개 지역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런 변화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 출범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연결하는 가교를 자임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직후 이 감축 목표의 이행 가능성을 검토한 뒤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지난 1월 산업·가정 부문별 감축 계획이 포함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도 만들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하려는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하나로 5년 전에 도입이 결정된 제도다. 애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산업계에 준비할 시간을 더 주겠다며 한 차례 늦췄다. 이 제도의 취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를 국민들이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대형차 판매에서 높은 수익을 내온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법안 시행을 막아보려고 애쓰는 것은 이해할 법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에 따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온실가스 감축 추진 계획을 두고 정부 안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일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국민들의 부담을 되도록 적게 하는 식으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설계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미하고, 효과를 내려면 국민들이 수용하기 힘든 액수의 높은 부과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사실상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일단 제도를 출발시킨 뒤 단계적으로 강화해나가는 방식으로 목표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들의 결론은 미래의 친환경차 수요 등에 대한 서로 다른 가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저탄소차협력금제에 문제가 많으면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저탄소차협력금제로 감축하려던 온실가스를 산업 부문에서 다른 방식으로 줄여줘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저탄소차협력금제와 마찬가지로 배출권을 전액 무상 할당해주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까지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도 시행일이 반 년밖에 남지 않았다. 배출권거래제도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안 된다면 남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배출량 직접 규제나 탄소세 도입뿐이다. 산업부와 기재부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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