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야기
23일부터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는 80여개 나라의 장관급 인사들을 포함한 170여개국 정부 대표단이 ‘유엔 환경총회’(UNEA)를 하고 있다. 지구촌의 목표인 지속가능한 발전, 불법 야생 동식물 거래, 대기오염과 같은 국제사회 공통의 환경문제를 주제로 열리는 첫 유엔 환경총회다.
이번 총회는 ‘리우 환경회의’ 20돌을 맞아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의 구실과 위상을 강화하려고 유엔환경계획 집행이사회를 유엔 환경총회로 변경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1972년 유엔 산하에 유엔환경계획이 설립된 이후 40년 만에 찾아온, 국제사회 환경문제 논의 구조의 가장 큰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27일까지 닷새 동안 이어지는 유엔 환경총회 첫날, 유엔환경계획은 인간의 플라스틱 사용이 지구 생태계에 주는 피해를 ‘자연자본 비용’(Natural capital cost)으로 환산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지원하는 ‘플라스틱 공개 프로젝트’(PDP)에서 작성한 <플라스틱 평가>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 지구에 해마다 750억달러 규모의 자연자본 비용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평가했다.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공기질 악화,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환경오염 등의 피해를 환산한 금액이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해양환경오염에 의한 자연자본 비용 손실액을 연간 130억달러로 제시했다.
버려진 폐그물에 걸리거나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먹이인 줄 알고 삼켰다가 죽어가는 물고기와 거북 등 바다생물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최근 들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다에 떠다니는 크기가 5㎜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이다. 이들 미세 플라스틱은 치약이나 세안용 스크러버와 같은 생활용품에 사용된다. 그 뒤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그대로 흘러들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풍화작용으로 부서져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속에 함유된 유해 화학물질들은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을 통해 전달돼 생태계에 축적될 수 있다. 보고서는 특히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표면은 유해한 미생물과 세균 등에 좋은 서식 공간이 돼, 미세 플라스틱이 이들 유해 생물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플라스틱 공개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해양환경오염과 지구의 자연자본 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탄소 발자국, 물 발자국과 같은 개념으로 ‘플라스틱 발자국’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이나 개인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며 배출하거나 소비하는 온실가스와 물의 양을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의 양을 꼼꼼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