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지중해몽크물범이 문어를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조안 곤잘보
그리스 해안서 돌고래 조사선 바로 옆에서 문어 사냥, ‘벼락 행운’ 관찰
세계 500마리 미만 멸종위기종, 사람 믿는 성격 탓 손쉬운 사냥 표적 돼
세계 500마리 미만 멸종위기종, 사람 믿는 성격 탓 손쉬운 사냥 표적 돼
넓은 바다에서 대형 바다동물을 만나는 건 매우 드문 행운이다. 그 대상이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이고, 게다가 특별한 사냥 모습을, 그것도 보트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는 건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 ‘벼락 행운’이 이탈리아 테티스연구소의 고래연구자 조안 곤잘보에게 떨어졌다. 지난 11일 그리스의 이오니아제도에서 돌고래를 조사하던 그는 물 위로 미끄러지듯 다가온 물체가 물범인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이곳에 서식하는 지중해뭉크물범은 물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종으로 전 세계에 50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게다가 몇 분 뒤 물범은 지켜보는 사람 바로 옆에서 커다란 문어 사냥을 시작했다.
물범은 길이가 120~150㎝ 정도의 어린 개체였다. 문어는 팔을 뻗어 물범의 얼굴을 휘감으며 저항했지만 물범은 능숙한 솜씨로 이를 먹어치웠다.
문어 사냥은 보트에서 불과 몇 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다. 사람을 의식하는 것 같지 않았다. 곤잘보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모습을 보면서 지중해뭉크물범이 사람을 잘 믿는 성격 때문에 멸종위기에 몰렸다는 슬픈 사실이 떠올랐다”라고 이오니아 돌고래 프로젝트 누리집에서 밝혔다.
이 물범은 사람을 피하지 않아 사냥꾼의 손쉬운 표적이 됐고, 그리스 연안의 어장이 고갈되면서 어부들로부터 그물의 고기를 훔쳐가는 ‘도둑’ 취급을 받았다. 늘어나는 관광과 유람선도 악영향을 끼쳤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물범이 보트 주변에 다가왔다. 사진=조안 곤잘보
물범은 문어 사냥을 시작했고 문어는 물범의 얼굴을 휘감아 저항했다. 사진=조안 곤잘보
물범은 머리를 흔들며 문어를 공격했다. 사진=조안 곤잘보
물범이 문어를 공격하는 모습. 사진=조안 곤잘보
물범이 문어를 거의 제압했다. 사진=조안 곤잘보
문어를 꿀꺽 삼키는 물범. 사진=조안 곤잘보
문어를 먹은 뒤 물범은 사라져 갔다. 사진=조안 곤잘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