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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동식물] 포유류 ③사향노루

등록 2005-09-20 17:57수정 2005-09-21 14:07

당신의 향수에 사향노루 ‘비명’ 담겼을수도

사향노루 배꼽 안쪽에서 나오는 사향은 예전부터 약이나 향료로 사용되어 왔다. 사향노루가 늘 밀렵의 위협에 시달려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향은 사향노루 가운데서도 생후 3년 가량 지난 수컷에게서만 얻을 수 있다. 양도 약 25g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밀렵꾼이 놓는 덫은 암컷, 수컷, 어린 것을 가리지 않으니, 잘 발육된 사향주머니 하나는 평균 3~5마리의 사향노루의 희생의 산물인 셈이다. 밀렵꾼이 1kg의 사향을 모았다고 한다면, 이는 160여마리의 사향노루가 밀렵됐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 큰 문제는 향수 제품을 사용하는 많은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야생동물기금(WWF)은 이런 문제 때문에 향수 제조사들이 제품에 천연 사향이 사용되었는지를 표시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사향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사향노루는 과거 우리나라도 널리 분포했다. 흑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어서 묘한 느낌을 주며, 암수 모두 뿔은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슴과 동물로 분류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사향노루과로 따로 구분되어 있다.

흔히 노루나 고라니와 같은 사슴과 동물들은 경계심이 강하고, 포식자들에게 자주 잡아먹히기 때문에 함께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향노루는 유별나게 혼자 살아가는 것을 즐기며, 새끼도 1~2마리 밖에 낳지 않는다. 사는 곳도 평평한 구릉지가 아니라 높은 절벽이나 큰 바위가 많은 산악지다. 그렇다 보니 먹는 것도 마치 산양처럼 돌이나 나무에 붙어 있는 이끼나 지의류 같은 종류를 좋아한다.

사실 지금 사향노루의 실물을 보는 일이란 매우 힘들게 됐다. 밀렵을 피해낸 오직 극소수의 개체만이 우리나라 어느 깊은 산악지역에나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될 따름이다. 개체수가 극히 줄어 들어버린 경우, 그 동물의 미래는 쉽게 예측이 가능해진다. 지속적인 근친교배가 발생하여 최후에는 멸종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인접 국가에서 같은 종을 재도입하여, 종을 회복시키려는 생각도 갖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미리 확보해둔 유전적 연구자료나 다른 생물학적 연구자료들이 없다면 문제는 상당히 어려워진다. 복원을 위한 유전적 연관성을 찾기가 복잡해지고, 그들을 멸종위기로 내몰았던 원인을 제거해 주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초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이 땅에는 사향노루처럼 극소수 생존해 있는 몇몇 동물들이 남아 있다. 그들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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