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전 호수였다가 말라붙은 길이 500㎞, 폭 150㎞, 깊이 160m인 사하라 사막 남부의 보델레 함몰지 위성 사진. 연간 100일 동안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식물은 다른 양분이 아무리 많아도 인 성분이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 인은 광합성을 하는데 필수 영양소이다.
그렇다면 550만㎢의 방대한 아마존 열대우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 특히 인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열대우림에는 워낙 생물량이 많이 토양은 매우 척박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아마존에 필요한 인이 사하라 사막에서 대서양을 건너 해마다 수백만t씩 날아오는 막대한 양의 먼지를 통해 온다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무엇이 먼지 속 인을 형성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델레 함몰지의 위치. 그림=허드슨 에드워드 외,
영국의 과학자들이 최근 그 해답을 내놓았다. 사하라 사막에 있는 지금은 말라버린 거대한 옛 호수에 살던 물고기 뼈가 그 원천이란 것이다.
사하라 사막 남쪽 끝 중앙 아프리카에는 보델레 함몰지란 곳이 있다. 세계에서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한 이곳엔 연평균 100일 동안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모래폭풍과 함께 하루 70만t의 모래가 하늘로 치솟는다. 세계 최대의 단일 먼지원인 이곳의 모래는 수백, 수천㎞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다.
보델레 함몰지는 6000년 전 아프리카 최대의 호수였다. 기후변화로 물이 차츰 말라 들어 현재 동서로 500㎞, 폭 150㎞, 깊이 160m인 우주에서도 보이는 함몰지가 됐다.
보델레 함몰지 안 규조토 퇴적층이 있는 사구의 모습. 사진=허드슨 에드워즈 외,
보델레 함몰지 중심부에는 규조류가 퇴적해 생긴 규조토가 2만 4000㎢ 넓이로 분포한다. 이곳은 과거 물이 찼을 때 거대한 펄이 있던 곳이었고, 물고기가 죽으면 펄 속에 파묻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물고기의 뼈와 비늘 속에 들어있던 인 성분이 인회석으로 굳었다. 호수가 마르자 함몰지 표면에 노출된 인회석이 풍화돼 모래폭풍과 함께 날아갔다. 대서양과 그 너머 아마존 열대우림에 비료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규조토 퇴적층에서 발견된 길이 1m가 넘는 나일 농어의 화석. 사진=허드슨 에드워즈 외,
카렌 허드슨-에드워즈 영국 런던대 교수팀은 보델레 함몰지 모래를 채취해 엑스선 회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화학 지질학> 최근호에 실렸다.
정원사라면 어분이 훌륭한 비료라는 사실을 잘 안다. 물고기 뼈에 들어있던 인 성분은 결정질 형태의 인회석에 들어있는 인보다 물에 잘 녹기 때문이다.
아마존 열대우림. 이 숲을 지탱하던 사하라 사막의 영양분 공급이 중단되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사진=필 해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결과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미래와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6000년 전 보델레 함몰지에 물이 찰랑거렸을 때는 당연히 아마존으로 가던 모래 폭풍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비옥한 모래 폭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사하라에서 출발해 아마존에 떨어지는 인의 양은 연간 8500~2만 9000t에 이른다.
물고기 뼈 비료가 들어있는 모래 폭풍이 중단된다면 아마존 열매우림은 심각한 영양결핍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함몰지의 인이 풍부한 퇴적층 깊이가 아직 알려지지 않아 앞으로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앞으로의 연구과제라는 것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ren A. Hudson-Edwards et. al., Solid-phase phosphorus speciation in Saharan Bodele Depression dusts and source sediments, Chemical Geology, Volume 384, 25 September 2014, Pages 16~26, DOI: 10.1016/j.chemgeo.2014.06.01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