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설악산 중청봉관리사무소 근처에 있는 물병에 올 가을 들어 처음 얼음이 언 모습이 관측됐다. 기상청 제공
설악산 얼음은 산림청 직원들이 대신 관찰
“밤 사이 복사 냉각에 의한 결빙이 원인”
“밤 사이 복사 냉각에 의한 결빙이 원인”
기상청은 7일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올 들어 가장 낮은 최저기온이 기록되고 설악산에서 첫 얼음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상청은 설악산 최저기온이 1.8도라고 발표했다. 영상 1.8도에서 얼음이 언다고?
최저기온을 측정한 것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 설치된 설악산 자동기상관측장비(AWS)다. 중청봉 인근 해발 1596m에 있는 이 기상 장비에는 새벽 5시32분에 1.8도가 기록됐다. 이 곳은 기상청 직원이 상주하는 유인 관측소가 아니어서 실제 얼음이 얼었는지 알 수 없다. 기상청은 어떻게 “물은 영하 0도에서 언다”는 과학 원리를 거슬러 설악산 첫 ‘결빙’을 발표할 수 있을까?
물론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온도를 측정하는 높이는 1.5m여서 땅 바로 위 온도는 더 낮을 수 있다. 맑은 날이라면 복사 현상으로 지표면의 온도가 더 떨어진다. 더욱이 설악산 대청봉은 해발 1708m로 기온이 측정된 곳보다 훨씬 높다. 비록 영상 1.8도라도 설악산에 얼음이 얼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렇다고 기상청이 실제 관측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할 수는 없다. 강릉에 있는 강원지방기상청이나 대관령기상대, 속초기상대에서 중청봉에 얼음을 관찰하러 가는 사이면 이미 얼음은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설악산 얼음은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중청봉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대신 관찰해준다. 이 날도 산림청 직원들이 친절하게 중청봉 주변에 언 얼음과 서리 모습을 촬영해 기상청에 사진을 제공했다.
이날 첫 얼음과 첫 서리는 설악산뿐 아니라 용평(대관령)에서도 관찰됐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해발 770m)에 있는 용평 자동기상관측장비의 최저기온은 오전 6시29분에 영하 0.4도를 기록했다. 대관령기상대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기상청 직원이 직접 서리와 얼음을 관측했다. 첫 얼음과 첫 서리는 지난해보다 각각 8일과 10일 이른 것이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우리나라 상공으로 찬 공기가 유입되고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가운데 밤 사이 복사냉각에 의해 기온이 내려가면서 올 가을 들어 가장 낮은 아침 최저기온을 기록한 지역이 많았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의 최저기온은 3.6도, 경기 이천 5.8도, 경북 의성 4.0도, 강원 홍천 6.6도, 충남 천안 8.4도, 대전 9.4도, 대구 10.6도, 전북 전주 9.5도, 광주 11.3도, 부산 14.8도 등이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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