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바인라이트 영국 엑서터대 교수.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더바인라이트 영국 엑서터대 교수
서울시 주최 ‘에너지 세미나’ 참석
유럽 에너지 생산 협동조합 급증
도시 자급률 높이고 수익도 올려
서울시 주최 ‘에너지 세미나’ 참석
유럽 에너지 생산 협동조합 급증
도시 자급률 높이고 수익도 올려
2012년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한 농부가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목숨을 끊었다. 지난 9일에는 정부가 새 원자력발전소 예정지로 지정한 강원도 삼척시 주민투표에서 주민 84.9%가 반대표를 던졌다. 대도시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지역이 희생하는 ‘환경 불평등’ 문제가 큰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사례에 주목한다. 패트릭 더바인라이트(44)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1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밀양과 삼척 사례와 관련해 “에너지 소비자가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시티즌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대도시인 서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등이 17일 여는 ‘에너지 시티즌십과 에너지 거버넌스’ 국제세미나에 참석하러 이날 한국에 왔다. 유럽에서는 대도시 내 작은 마을 단위 규모로 활동하는 수많은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등장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며 대도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벨기에의 에코파워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 4만70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공급해 매년 345억원의 매출, 13억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 시티즌십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중이 에너지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생산의 이해관계자가 되면 기후변화와 같은 에너지 소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되고, 발전시설의 입지 선정 등과 관련된 환경정의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영국에서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어떻게 생겨났나?
“풍력발전소를 어디에 짓느냐를 놓고 많은 갈등이 빚어졌다. 이 갈등 때문에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이 진척될 수 없었다. 정부가 찾은 대안이 협동조합이었다. 현재 50개 정도이고 급격히 늘고 있다. 덴마크나 독일은 훨씬 더 많다.”
-협동조합의 장점은?
“에너지를 생산해 판매하는 협동조합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협동조합 주식 1주당 250파운드(42만4500원) 정도인데, 1주만 가져도 협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 공동체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다. 영국에는 센트리카 등 6개 대기업이 에너지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부는 프랑스, 독일 등 외국 회사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 주도의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 확대되면 에너지 안보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려면 시민들의 투자가 필요할 텐데 그럴 만한 동기가 있나?
“협동조합의 투자 수익률이 4~7% 정도 된다. 유럽의 이자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투자 매력이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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