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해안과 내륙 사막을 오가는 극단적 방랑자 장다리물떼새에 위성추적장치를 붙인 모습. 사진=Ben Parkhurst

호주 장다리물떼새, 해안 머물다 사막 강우로 호수 생기면 날아가 번식
이틀반만에 서울-홍콩 거리 날아간 새도, 단서는 저주파 또는 물 냄새
사막에서 살기에 가장 고달픈 동물이라면 물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비가 일 년에 며칠 오지 않는데다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호수가 어디에 있는지 수백㎞ 떨어진 곳에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생태학자들이 이런 사막 물새의 극단적 방랑 행동을 일부 밝혀냈다. 이 나라에 서식하는 장다리물떼새의 일종은 해안을 피난처 삼아 머물다가 대륙 내부에 큰비가 와 소금물 호수가 생기면 집단을 이뤄 짧은 기간 동안 번식한다. 말라붙은 소금물 호수 바닥에 몇 년씩 휴면하던 갑각류의 일종인 브라인슈림프가 폭발적으로 번창하는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물새들은 이런 덧없는 사막의 황금 먹이터를 귀신같이 알아내 수만 마리가 모여든다. 디킨대 연구자들은 이 새 21마리에 초소형 태양전지판을 단 위성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이 물떼새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마리는 해안 피난처에서 내륙 소금 호수를 향해 1000~2000㎞를 날아갔고, 12마리는 내륙 호수에서 평균 684㎞를 날아 해안으로 돌아왔다.
사막의 호수를 향해 2.5일 동안 2263㎞를 날아간 새도 있었다. 거리로 치면, 홍콩에 호수가 생긴 사실을 알아내고 서울에서 이틀 반 만에 날아간 셈이다. 그곳에는 수만 마리의 장다리물떼새들이 모여 있었다.
새들은 어떻게 사막에 호수가 생긴 것을 알아챘을까. 일부 새들은 이리저리 탐색하며 나아가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를 향해 장거리 비행을 한다는 점에서 그 장소에 대한 지식을 미리 갖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 단서는 온도·기압의 변화나 천둥소리 등 저주파일 가능성이 있다. 또 호수가 생긴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도착하는 새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호수의 소금물 또는 브라인슈림프의 냄새가 단서일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사막에서 물새들이 알려진 것보다 2배나 멀리 또 빠르게 이동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새들이 사막 호수를 어떻게 감지하고 찾아가는지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edler RD, Ribot RFH,Bennett ATD. 2014 Extreme nomadism in desert waterbirds: flights of the banded stilt. Biol. Lett. 10: 20140547. (http://dx.doi.org/10.1098/rsbl.2014.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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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1990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의 연평균 강수량 분포도. 내륙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그림=페들러 외
연평균 강수량의 변동 정도. 내륙으로 갈수록 변동폭이 크다. 세모는 조사 지점. 그림=페들러 외
무선추적장치로 밝힌 장다리물떼새의 이동 경로. 그림=페들러 외
오스트레일리아 장다리물떼새의 비행 모습. 사진=Ben Parkhurst
사막 호수에 모인 장다리물떼새들은 폭발적으로 번식한 브라인슈림프를 먹고 번식에 들어간다. 사진=Ben Parkhurst
제각기 다른 경로를 거쳐 수만마리가 소금 호수에 모인 장다리물떼새. 이들이 어떤 단서로 모이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사진=Ben Parkhu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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