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먹이를 쫓는 두 마리의 박쥐가 서로 방해 음파를 발사하며 상대의 사냥을 방해하는 모습과 방해 음파. 사진=니콜라이 흐리쉬토프

집단사냥 습성에서 비롯, 다른 박쥐와 돌고래에선 아직 발견 안돼
박쥐가 캄캄한 밤 최고의 곤충 포식자로 군림하는 것은 ‘반향 위치 측정’ 기법 덕분이다. 초음파를 계속 쏘아 되돌아 오는 음파를 통해 상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박쥐 1200여종 가운데 70%가 곤충을 사냥하는 것은 이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 잘 보여준다.
깔끔해 보이는 이 사냥기법도 음파 방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일부 곤충은 이미 이런 기법을 터득해 박쥐를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 박쥐가 먹이를 사냥할 때 경쟁자끼리도 방해 음파를 쏘아 경쟁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론 코코런 미국 메릴랜드 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7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멕시코꼬리박쥐가 방해 음파를 쏘아대며 먹이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까지 박쥐가 내는 초음파는 반향 위치 측정과 무리 내 소통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3의 새로운 기능이 드러난 것이다.
이 박쥐는 무리 지어 사냥을 하는데 곤충 한 마리를 두 마리가 추적할 때 이런 상황이 빚어진다. 각자 초음파를 쏘면서 먹이의 위치를 추적해 접근하다가 상대가 먹이를 공격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방해 음파를 발사해 공격을 무산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박쥐들은 먹이를 놓고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서로 방해 음파를 쏘아대며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험 결과 방해 음파를 발사하면 상대의 사냥 성공률이 77~86%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동은 멕시코꼬리박쥐 이외의 다른 박쥐나 돌고래에게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멕시코꼬리박쥐가 이런 행동을 진화시킨 데는 100만 마리가 넘는 대규모 집단이 한 동굴에 살면서 일제히 사냥에 나가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 박쥐의 최대 서식지는 미국 텍사스 브래큰 동굴로 2000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15가지 소리로 소통하는 복잡한 사회 시스템이 있기도 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J. Corcoran and W.E. Conner, "Bats jamming bats: Food competition through sonar interference," Science 7 November 2014, Vol 346 Issue 6210,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595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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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두마리가 같은 먹이를 향해 접근하면서 방해 음파를 발사하는 모습을 기록한 그래프. 동그라미는 위치 확인을 위한 소리, 별표는 방해 음파 발사, 막대는 먹이를 공격할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그림=아론 코코런 외 <사이언스>
음파 방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멕시코꼬리박쥐.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동굴에서 무리지어 먹이를 사냥하러 나오는 박쥐 무리. 집단 사냥이 음파 방해 행동을 낳았다. 사진=미 야생동물 및 어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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