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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포유류 유아살해 진화의 비밀

등록 2014-11-18 20:06

유아살해는 상당수 포유류에서 관찰된다.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수컷이 죽인 새끼를 물고 가는 개코원숭이 암컷.  엘리스 허처드 제공
유아살해는 상당수 포유류에서 관찰된다.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수컷이 죽인 새끼를 물고 가는 개코원숭이 암컷. 엘리스 허처드 제공
물바람 숲
사자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불편한 장면은 새로운 우두머리가 새끼 사자를 죽이는 모습일 것이다. 그래야 암컷이 다시 임신할 수 있게 되고, 수컷은 기껏 2년 정도인 지배 기간 동안 최대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 새끼 사자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이렇게 죽는다.

그러나 유아살해는 사자만의 일은 아니다. 원숭이, 토끼, 다람쥐, 곰, 물개, 담비 등 포유류에 널리 퍼진 행동이고,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우연하거나 특별한 행동이 아니란 뜻이다.

포유류의 유아살해를 포괄적으로 조사해 ‘암컷과 수컷 사이의 진화적 군비경쟁’으로 설명한 연구가 나왔다. 디터 루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후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1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유아살해를 하는 119종을 포함한 260종의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유아살해는 주로 암컷이 연중 번식할 수 있는 사회성 동물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적은 수의 수컷이 많은 암컷을 독점해 번식하는 사회성 동물에서 극심한 수컷끼리의 경쟁이 유아살해를 낳는 것이다.

수컷의 유아살해에 대한 암컷의 대응책은 뭘까. 기존 가설은 암컷끼리 뭉치거나 기존 수컷과 힘을 합쳐 침입 수컷을 막아내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달랐다. 암컷은 여러 수컷과 교미해 부성을 희석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수컷은 자기 자손일지도 모르는 새끼를 죽이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암컷의 ‘바람기’ 전략은 수컷 사이의 정자 경쟁을 촉발했고, 이는 고환이 큰 수컷이 번식에 유리한 자연선택을 이끌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유아살해가 나타난 지 오래된 동물일수록 고환의 크기가 컸다.

그런데 고환이 어느 정도 커지면 유아살해도 사라졌다. 암컷의 바람기 전략이 수컷의 번식 독점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유아살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암수의 전쟁 과정에서 부침을 거듭하는 현상인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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