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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서울살이 3세대가 돌러본 새 청계천

등록 2005-09-26 18:52수정 2005-09-26 19:26

20일 오전 정은영, 노수홍, 정재영씨(왼쪽부터)가 막바지 정리작업이 한창인 청계천 광교구간을 둘러보며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20일 오전 정은영, 노수홍, 정재영씨(왼쪽부터)가 막바지 정리작업이 한창인 청계천 광교구간을 둘러보며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열린 청계천 숨쉬는 도시 D-4

돌아온 물길, 바람 부르니…어! 새들도 왔네

청계천 완공을 앞둔 20일, 서울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과 청계천 복원이 꿈이었던 사람, 청계천의 뭇생명이 궁금한 사람 셋이 만나 청계천을 걸었다.

<b>강북 토박이 정재영 사장</b>
인사동의 음식점 ‘한성’ 사장(78). 한국전쟁 때 잠시 안양으로 피난간 몇달만 빼면 70여년을 줄곧 서울에서 살아온 강북 토박이다. 가회동(계동 현대사옥 자리)에서 태어나 교동초등학교를 다녔으며, 옛 청계천을 또렷이 기억한다.
강북 토박이 정재영 사장 인사동의 음식점 ‘한성’ 사장(78). 한국전쟁 때 잠시 안양으로 피난간 몇달만 빼면 70여년을 줄곧 서울에서 살아온 강북 토박이다. 가회동(계동 현대사옥 자리)에서 태어나 교동초등학교를 다녔으며, 옛 청계천을 또렷이 기억한다.
정재영=아~ 여기가 이렇게 변했어? 내가 인사동에서만 계속 지내다 보니까 서울 촌뜨기가 다 됐네.

청계광장 주변에 삐쭉삐쭉 솟아오른 건물들을 올려다보며 그는 곧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가마솥에 광목 삶던 아낙네들 아련

옛날엔 겨울이면 청계천이 꽁꽁 얼었어. 아낙네들은 얼음을 깨 가며 벌겋게 터진 손을 불면서 빨래를 했지. 그런데 천변의 목욕탕에서 하수가 쏟아지면 아낙네들이 그 더운 물로 빨래를 하려고 자리다툼을 했어. 그뿐인가. 삼청동 계곡물이 여기 청계천으로 흘렀는데, 사람들이 삼청동천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광목을 삶았지. 남자들은 광목을 두들겨서 냇물에 씻고 너른 바위 위에 척척 걸어놓고 말렸지. 표백한 흰 천이 널려있는 게 아주 장관이었어.

정재영 할머니보다 한세대 뒤인 노수홍 교수는 청계천하면 시궁창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노수홍=그 삼청동 물이 바로 중학천·백운동천이에요. (동아일보사를 가리키며) 이 옆으로 백운동·중학천이 합쳐져서 청계천으로 흘러들고 있어요. 이제 앞으로 청계천 상류인 백운동·중학천이 복원돼야 진짜 청계천이 복원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초등학교 때 서울 올라와서 뚝섬에서 산 제 기억 속의 청계천은 얼기설기 지은 판자촌 등 너무 지저분했다는 겁니다.

상류 백운동·중학천도 살려야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서울은 너무 커지고 변했다. 20대인 정은영씨에겐 영 실감나지 않는다.

정은영=청계천에선 냄새가 많이 안 났나요?

정재영=냄새는 별로 안 났어. 그냥 개천이었지. 별로 애써 꾸민 것도 없었고, 오르내리는 다리나 층계 뭐 이런 것도 없었어. 그냥 돌과 다리 물이었지. 볼 게 별로 없긴 했어도, 그래도 다리는 참 좋았어. 광통교를 보면서 어린 맘에도 ‘어느 왕이 놓은 다리이기에 이렇게 돌에다가 조각을 멋지게 해놨나’ 싶었지. 반반하고 널찍하고 잘 생긴 돌다리에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었지.

<b>복원시민위 노수홍 교수</b>
연세대 원주캠퍼스 환경학과 교수(52). 91년 통근버스에서 동료인 이희덕 교수(사학과)의 청계천 복원론에 대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 없다”고 답하면서 복원의 꿈을 현실로 피우기 시작됐다.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갈등을 조정해 왔다.
복원시민위 노수홍 교수 연세대 원주캠퍼스 환경학과 교수(52). 91년 통근버스에서 동료인 이희덕 교수(사학과)의 청계천 복원론에 대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 없다”고 답하면서 복원의 꿈을 현실로 피우기 시작됐다.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갈등을 조정해 왔다.
노수홍=수표교는 지금 복원된 광교(보행용 다리로 옛 광교터에서 서쪽으로 150m옮겨져 있음)보다 길이가 더 길죠. 광교는 본래 길이보다 폭이 더 넓다고 해서 넓을 광자를 써서 광교 아닙니까. 수표교도 복원됐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광통교가 있던 터에는 사진과 안내문을 붙여야 될 것 같네요.

정재영=그런데 저 광교(옛 광교터에 설치된 차량용 다리)는 왜 돌로 안 만들고 철로 했어? 이왕 하려면 돌로 해야지, 보기 싫구먼.

정재영 할머니는 다리 디자인이 눈에 설은 모양이었다. 생태 전공자인 정은영씨는 천변에 심어놓은 수변 식물에 관심을 보인다.

정은영=천변엔 벌개미취가 심어져 있고, 석축에는 수크령이 있는데, 이곳은 비가 많이 오면 잠기는 곳이잖아요. 앞으로 여기 심어진 화초들을 관리하는데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숨쉬는 생명도시 이제 또다시 시작

정재영=개나리를 심었으면 더 좋았을 걸. 개나리가 봄에 노랗게 피는 것이 제일 환영받는 꽃이지.

<b>환경생태 연구자 정은영씨</b> 
동국대학교 산림자원학과 대학원생(26). 젊은 환경생태 연구자다. 직박구리 한마리가 머리 위에서 지저귀면 먹잇감이 되는 팥배 열매가 근처에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그는 청계천 덕분에 도심에서 중대백로를 봤다며 활짝 웃었다.
환경생태 연구자 정은영씨 동국대학교 산림자원학과 대학원생(26). 젊은 환경생태 연구자다. 직박구리 한마리가 머리 위에서 지저귀면 먹잇감이 되는 팥배 열매가 근처에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그는 청계천 덕분에 도심에서 중대백로를 봤다며 활짝 웃었다.
정은영=그래도 오늘 청계천 일대를 돌아보니 도시 속에서 못보던 것들이 많이 보여요. 물을 흘리기 전까지는 너무 인공적으로 꾸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단 물이 흐르자 많은 게 달라졌어요. 물이 흐르면 기온 차가 생기고 기온 차가 있으면 바람이 생기죠. 바람이 생기면 오염된 공기를 순환시켜요. 물의 힘이죠. 본래 중랑천 쪽엔 철새가 많이 오는데, 이제 청계천 물이 흘러가면 청계7가까지도 흰뺨검둥오리나 청둥오리 같은 새들이 놀러올 거예요.

노수홍=청계천 복원사업 시작할 때 시민단체 쪽에서 이런저런 반대 의견이 참 많았어요. 다 타당한 이야기들이었는데 그때 저는 이렇게 설득했어요. “수순이 중요하다. 청계천 복원은 문제가 많더라도 지금 첫 삽을 뜨지 않으면 나중엔 정말 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복원사업은 하천 안에서 시작한 겁니다. 이제 2단계는 하천 밖에서 주위 환경이 변화하며 시작될 겁니다.

청계천사업을 처음 제안했던 노수홍교수는 “이제 또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청계천에 대한 또 다른 꿈이 싹트고 있었다.

이유주현 이호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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