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보전” vs “동물 학대”
초중고 12개팀 열띤 토론
초중고 12개팀 열띤 토론
동물원의 출발은 서구 귀족들의 소유욕과 과시욕에 있었다. 신기하고 힘센 동물을 가두어 힘과 권력을 과시하는 용도였다. 동물원은 근대에 와서 대중화됐다. 학자들은 연구하고, 시민들은 구경하는 공간이 됐다. 특히 길들여진 동물의 쇼를 보는 것은 최근까지도 동물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동물원 환경 개선을 주장하는 학계와 동물보호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도 확산됐다. 시멘트벽으로 둘러쳐진 인공 구조물에 가둬놓는 것보다 서식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동물원 폐지 주장까지는 아니지만, ‘부적합종’ 전시를 반대하는 운동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월18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광장에서는 ‘동물원은 필요한가’라는 ‘도발적’ 주제로 토론대회가 열렸다. 서울대공원이 주최한 이 토론대회에는 초·중·고에서 각각 12개팀이 참여해 동물원 존폐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존치론 편인 학생들은 동물원이 필요한 이유로 △종 보전과 연구활동 △교육과 관람 기회 제공 △야생 서식지 부족 등을 꼽았다. ‘멸종위기 동물의 보호와 종 보전’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중등부 대상을 받은 ‘티오엘’팀은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늘어나 종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물원이 종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초등부 대상 ‘은가비’팀은 “천연기념물과 토종 동물의 종 보전 가능성”을 들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동물원의 또 다른 존재 이유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었다. 중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천연기념물’팀은 “동물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동물원을 통해 인식이 바뀌게 된다”며, 동물원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멀어진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했다. 동물원이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동물원 반대론을 펼친 학생들은 동물복지와 윤리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학생들은 △열악한 사육 환경 △‘묻지마’ 번식 △동물 공급을 위한 밀렵과 생태계 파괴 등을 지적했다.
시멘트 바닥과 녹슨 쇠창살로 상징되는 국내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방치되거나 학대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마중물’팀은 “일부 동물원은 멸종위기 동물 보호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실제는 동물의 삶의 질 향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동물원 설립과 이후 관리에 대한 체계적 규정이 없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희귀동물에 대한 인간의 소유욕이 밀렵을 부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과천/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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