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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다리 절단된 개·고양이는 죽어야 하나요?

등록 2015-01-02 15:29수정 2015-01-02 16:50

유피(왼쪽)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라동물병원에서 침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유피는 침치료로 다소 건강이 호전됐다. 이제 태어난지 갓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사당이(오른쪽)는 탈장과 대퇴부 골절로 한달전 응급수슬을 받았다. 지난 31일 부목을 댄 사당이의 다리에 붕대를 새로 감았다.  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유피(왼쪽)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라동물병원에서 침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유피는 침치료로 다소 건강이 호전됐다. 이제 태어난지 갓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사당이(오른쪽)는 탈장과 대퇴부 골절로 한달전 응급수슬을 받았다. 지난 31일 부목을 댄 사당이의 다리에 붕대를 새로 감았다. 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토요판] 생명
장애 동물 입양
▶신체적 장애는 동물에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동물은 분명 비장애 동물과 생김새나 사는 모습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여기 불의의 사고로, 혹은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다치고 신체적 장애가 남은 동물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2월19일 자정이 넘은 시각, 경기도 포천의 한 한적한 도로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소리에 놀란 차는 잠시 멈췄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침 길가에는 소리에 놀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소리의 지점으로 다가갔고, 두 마리의 개가 길 위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한 마리는 이미 의식을 잃었고, 다른 한 마리는 괴로워하며 앞다리로만 버둥거리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개는 호흡을 멈춘 상태였다. 그는 다친 개를 안고 병원을 찾았으나, 한밤 중에 문을 연 곳은 포천에 없었다. 날이 밝고 이 구조자는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월드펫동물병원을 방문했다. 수의사는 교통사고로 척추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돼 두 뒷다리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는 병원에 입원해 골절과 외상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날 즈음 시작됐다.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는 이 개가 갈 곳이 없었다. 그는 병원에 개를 데려다 준 이후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여겼는지 병원의 연락을 잘 받지 않았다. 오갈 데 없는 개는 치료가 끝나고도 여섯 달을 더 병원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개는 9월11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유기동물 입양카페인 ‘아름품’으로 보내졌다. 이 개는 카라에서 ‘유피(UP)’라는 이름을 얻었다. 건강을 회복해 뒷다리로 일어서서 뛰어다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진 이름이었다.

유피에게 찾아온 기적

유피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라의 더불어숨센터에서 1층과 2층을 오가며 지냈다. 1층은 유기동물 입양카페인 ‘아름품’이고, 2층은 ‘카라동물병원’이다. 유화욱 카라동물병원 원장은 유피의 재활을 위해 한방침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덕분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뒷다리를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아주 간혹 일어선 상태로 몇초간 버티기도 했다. 척추신경이 손상돼 하반신이 완전 마비된 유피에겐 기적같은 일이었다.

더 큰 기적은 1층에서 탄생했다. 유피는 처음엔 1층에서 찬밥 신세였다. 앞다리로만 몸을 끌고 다니면서 바닥의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 써야했고, 특수제작한 휠체어도 불편하기 때문에 오래 타지 못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격리된 우리 안에 머물며 분방하게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바라만 봐야했다. 이 무렵 아름품에 자주 찾아와 유기동물을 구경하고 차를 마시곤 했던 서혜민(31)씨는 그런 유피가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12월30일 오후 아름품에서 만난 서씨는 “처음엔 갇혀있는 게 안타까워서 관심이 갔는데, 점점 서로를 알아보고 날이 갈수록 정이 갔다”고 말했다. 카페 주인은 서씨가 찾아오면 유피를 우리에서 꺼내 안겨줬고, 그렇게 둘은 시간을 보냈다. 서씨는 함께 사는 가족들과 논의 끝에 10월 중순경 유피를 ‘임시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유기동물의 ‘임시보호’는 입양자를 찾기 전에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양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적응기간을 갖는 것도 임시보호에 해당된다. 유피에게 가족이 생긴 것이다. 임미숙 카라 사무국장은 “유피는 정말 운이 경우다. 장애동물은 입양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30일은 유피가 일주일에 한번씩 침을 맞으러 카라동물병원을 찾는 화요일이었다. 유화욱 원장이 등에 침을 하나씩 꼽았다. 유피는 종종 찡그리거나 짖곤 했으나, 대체로 얌전하게 침을 맞았다. 침을 등에 꼽은 상태에서 예방주사를 두 대 맞을 때는 많이 아픈지 몸을 여러차례 비틀었다. 유 원장은 유피의 뒷다리를 가리켰다.

유피(왼쪽)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라동물병원에서 침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유피는 침치료로 다소 건강이 호전됐다. 이제 태어난지 갓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사당이(오른쪽)는 탈장과 대퇴부 골절로 한달전 응급수슬을 받았다. 지난 31일 부목을 댄 사당이의 다리에 붕대를 새로 감았다.  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유피(왼쪽)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라동물병원에서 침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유피는 침치료로 다소 건강이 호전됐다. 이제 태어난지 갓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사당이(오른쪽)는 탈장과 대퇴부 골절로 한달전 응급수슬을 받았다. 지난 31일 부목을 댄 사당이의 다리에 붕대를 새로 감았다. 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처음 왔을 땐 뒷다리에 근육이 별로 없었어요. 침치료와 물리치료를 한 이후 조금씩 살이 붙고 근육이 생기고 있죠. 유피의 경우 척추신경의 손상으로 배뇨장애도 좀 있어요. 서서 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다니죠.”

유피의 임시보호자 서씨는 이미 입양 의사를 밝혔다.

“유피는 그냥 다른 강아지랑 똑같아요. 아니 다른 애들보다 더 자존감이 높고 의리있어요. 소변, 대변이 털에 묻는 걸 싫어하고, 개집이 조금만 더러워져도 안 들어가요. 우리집엔 남편과 동생이 저와 함께 셋이 사는데, 유피는 우리 셋이 다 모이는걸 가장 좋아해요. 신랑 말론 유피가 한명한명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시계를 쳐다본대요. 진짜로 시계를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가끔 내가 일 때문에 밤을 새면 유피도 안 자고 내 옆에서 함께 밤을 지새울 정도로 의리가 있죠.”

차에 치여 하반신 마비된 유피

카라 입양카페서 새 가족 찾아

다리 절단된 고양이 다행이는

철로 어린이 구하다 다리 절단된

김행균 역곡역장이 입양했다

한 해에 유기동물 10만마리

10일 지나면 법적 안락사 가능

골절이나 척추 손상 입은

장애동물은 1순위 안락사 대상

장애가 차별의 이유 되는 셈

서씨는 입양을 준비 중이지만,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와 기저귀값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에 임미숙 카라 사무국장은 “장애동물 입양시엔 병원비 등 일정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흔하진 않지만 유피처럼 장애를 가진 유기동물이 새 반려인을 찾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9월6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서울지하철 1호선 역곡역의 명예역장으로 임명된 고양이 ‘다행이’가 대표적이다. 2003년 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려다 다리를 절단되는 사고를 겪은 김행균 역곡역장이 지난해 4월 다리 하나가 절단된 다행이를 입양한 것이다. 다행이는 24시간 운영되는 역장실을 지키며 김 역장과 직원들의 사랑을 받았고, 시민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이후 김 역장은 아예 다행이가 있는 역장실을 시민들의 쉼터로 개방했다.

하지만 유피와 다행이 같은 경우는 드물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보면, 2013년 한해 동안 나온 9만7197마리의 유기동물 중 보호자를 찾거나 입양이 된 비율은 전체의 38.4%였다. 나머지는 보호소에 머물거나 병들어 죽거나 ‘안락사’를 당했단 의미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보호기간 10일이 지나면 법적으로 안락사가 가능하고, 전국 보호소의 수용능력이 약 5만마리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 안락사를 당하는 현실이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동물일수록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먼저 당하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기동물 사이에서도 ‘장애’는 차별의 이유가 되는 셈이다.

카라에는 현재 여섯 마리의 장애동물이 머물고 있다.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외상으로 골반이 골절돼 다시 뛰지 못하게 된 고양이도 있고, 유피처럼 척추가 손상돼 뒷다리를 못 쓰게 된 개도 있다. 이 중 새끼고양이 ‘사당이’는 탈장과 골절이 심각한 상태로 지난해 11월28일 병원에 왔다. 겉으로 보기엔 배가 약간 튀어나온 정도였고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안에선 복막이 터져 장이 흘러나와 허벅지까지 내려왔다. 두 동강이 난 넙적다리는 이미 사이가 벌어져 접합이 불가능한 정도였다. ‘사당이’는 병원에 오자마자 한 시간의 응급수술을 통해 복막을 복원해 장을 수습했고 골절된 다리엔 부목을 댔다. 한달이 지난 지금은 건강을 꽤 회복해 사람을 보면 갸르릉 거리고, 조금씩 움직였다.

유피를 임시보호 중인 서혜민(31)씨의 가족사진. 서씨의 남편은 유피의 식사를 챙겨주고, 동생은 목욕을 맡고, 서씨는 산책을 전담한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했다. 이 가족은 유피의 입양 의사를 밝혔다.  서혜민씨 제공
유피를 임시보호 중인 서혜민(31)씨의 가족사진. 서씨의 남편은 유피의 식사를 챙겨주고, 동생은 목욕을 맡고, 서씨는 산책을 전담한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했다. 이 가족은 유피의 입양 의사를 밝혔다. 서혜민씨 제공
사당이를 구조한 중3 여학생

사당이를 구조한 이는 중학교 3학년생인 김도혜(15) 학생이었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이 학생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다리를 저는 사당이를 발견했고, 그냥 놔두면 못 살거 같아서 병원에 데려갔다. 사람 손을 탄 적이 없어 그런지 경계심이 많고 하악질(꼬리와 털을 세우고 적대감을 표시하는 행위)도 심했다”고 설명했다. 사당이가 어느 정도 회복한 요즈음 그는 부모와 열심히 대화 중이다. 사당이를 입양하기 위해서다.

“장애 때문에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고, 제가 처음 발견했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요. 그렇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니까 부모님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장애동물을 다수 치료한 올리브동물병원의 박정윤 원장은 “다쳐서 장애가 남아도 동물은 상황에 맞게 적응해 잘 살아간다. 오히려 그 장애를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피의 임시보호자인 서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한 유기견이 그에게 다가왔다. 옆에 있던 한 활동가는 “반려인이 임신해서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병원에 데려온 아이예요”라고 말했다.

서씨가 말했다. “임신을 하면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임신할 계획이 있지만, 유피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제 아이가 유피와 함께 자라면, 살면서 더 편견없이 사람과 동물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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