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수달이 없다
‘아틀란티스의 사나이!’. 19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의 마음을 온통 생물체의 신비에 대한 충격으로 이끌었던 옛날 외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목이다. 그 상상의 요체는 아가미가 달려 있어 물 속에서 살아가는 어떤 인간의 활약상이었다.
지금도 수달이라는 동물을 보면 가끔 그 드라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물론 수달은 아가미가 없고 허파로만 호흡하는 포유동물이다. 하지만 물에서 자유자재로 활동하는 그들을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우리 포유류들의 진화과정을 잠시나마 훔쳐보는듯 하여 즐겁다.
약 3000만년전 수달은 땅에서만 살아가던 동물이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땅보다는 물에서 더욱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변해 왔다. 다리는 짧아졌으며, 몸뚱이는 매끈하고 길다랗게 변했다. 앞 뒷발에는 넓적한 물갈퀴가 생겨나 물 속 생태계를 호령하는 최고의 물고기 사냥꾼이라는 별칭도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한 종류의 수달만이 살고 있으나, 이 지구에는 돌멩이를 사용해서 조개를 깨먹는 해달, 악어와도 감히 대적하는 아마존의 큰수달을 포함해 총 13종류의 수달이 있다. 이들은 예로부터 전세계적으로 주요 밀렵 대상이었다. 물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가죽의 털 밀도가 높고, 방수·보온능력이 좋아서 수달의 모피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하였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뒤져 보면 수달피는 고려인삼과 함께 우리나라의 중요한 교역 품목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은 밀렵이 금지되고 법적인 보호도 받고 있지만, 제어하기 힘든 새로운 종류의 위협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하천개발에 의해 수달의 집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보통의 동물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닥치면 땅 위를 이리저리 헤매며 피해다닐 수 있다. 그러나 수달은 강물이라는 한줄기 선 위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취약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인류의 하천 이용이 확대되면서 하천은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쳐지고, 안전지대에 있던 수달의 집들도 점점 노출돼 큰 위협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보다 먼저 급속한 경제개발을 경험한 일본의 경우, 1980년대에 수달들이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20여개의 박제만이 보존되어 있다. 일본의 전철을 되밟아서는 안된다. 그들의 경험을 우리는 생생한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강물 하나가 북한강을 지나 한강으로 내려간다. 예전에는 이 강물에 소금배가 천천히 지나가고, 물 속에는 수달들이 한강 하류까지도 온전히 살고 있었다. 지금 이 물줄기만을 놓고 보자면, 주로 강원도 권역의 북한강 상류지역에만 수달이 온전히 살아갈 뿐, 하류지역의 환경조건은 크게 달라졌다. 금강산 쪽의 수달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소식은 더더욱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강과 계곡 속에서 수달들이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찾기가 필요하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hansy@wildlif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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