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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단독] 광릉 유네스코 보전구역 안 전나무 수백 그루 ‘싹둑’

등록 2015-04-01 19:23수정 2015-04-01 22:01

1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 운악산 자락의 전나무숲 1.8㏊가 모두 베어진채 목재와 잎·잔가지가 따로 쌓여있다. 벌채된 곳은 광릉시험림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안이다.
1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 운악산 자락의 전나무숲 1.8㏊가 모두 베어진채 목재와 잎·잔가지가 따로 쌓여있다. 벌채된 곳은 광릉시험림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안이다.
광릉시험림 안 1.8㏊
산림생산기술연구소 마구 벌채
“태풍에 넘어질 우려 있어
주민 안전 위해 제거” 해명

주민들 “마을숲이자 경관림
거의 모두 베어져 황당하다”

생물권보전지역 옆 완충지역
환경교육 등만 허용돼 논란
전나무숲은 짙은 침엽수 향기와 쭉 뻗은 수형이 고와 많은 이들이 찾는다. 그러나 굵은 전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월정사와 내소사, 광릉숲 등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아름드리 전나무 수백 그루가 베여 목재로 쌓여 있었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목재 더미 아래에는 나무에서 떼어낸 짙푸른 전나무 잎과 잔가지가 여기저기 긴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1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 산 50-9번지 운악산 자락의 전나무숲은 지난 한달 동안의 벌목 작업으로 마치 머리카락을 이발기로 민 것처럼 기다란 맨흙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슴 높이 지름이 80㎝에 이르러 한 아름에 품지 못할 정도로 큰 전나무 수백 그루가 띠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었던 곳이었다.

직동리 새말 주민 조상희(65)씨는 “광릉 국립수목원 진입로의 전나무보다 훨씬 크고 건강해 마을숲이자 경관림이던 오랜 전나무가 거의 모두 베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태어나서부터 이 마을에 산 주민 원갑재(69)씨는 “운악산은 과거 크낙새가 서식하던 곳이고 현재도 멸종위기종인 까막딱따구리가 사는 잘 보전된 숲”이라며 “초등학교 다닐 때 전나무에 그네를 매고 대동놀이 하던 곳인데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숲은 국립산림과학원의 광릉시험림 안에 위치해 있으며,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의 완충지역에 해당한다. 이 숲을 관리하는 산림생산기술연구소는 “태풍 등 집중호우 때 나무가 넘어질 우려가 있어 안전 차원에서 주택가 위험목을 제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밝힌 벌채 명세를 보면, 2월26일~3월25일 동안 1.8㏊의 숲에서 일제강점기인 1943년 조림한 전나무 0.8㏊를 비롯해 1920년 심은 낙엽송 0.5㏊, 60년대 조림한 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가 포함돼 있다. 수령이 전나무는 72년, 낙엽송은 95년으로 베어낸 나무는 거목이 대부분이다.

박정환 연구소장은 “주민 안전을 위한 벌채는 완충지역에서 가능한 행위”라며 “생물권보전지역에서 벌채한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사업 목적을 알리는 펼침막 등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물권보전지역에서 핵심 보전지역에 인접한 완충지역은 환경교육, 생태관광, 연구 등 제한적 활동만 허용하는, 기본적으로 보전 구역이다. 따라서 전문가들과 생태적 영향 등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벌채를 할 수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천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회장은 “전나무는 태풍 때 뿌리가 뽑히지 않고 가지가 부러지기 때문에 가지 제거 등으로 충분한데 숲을 모두 베어낸 것은 지나친 대응인 것 같다. 세계적 보호구역에 등재해 놓고 충분한 검토 없이 국가기관이 나서 훼손한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곳 토박이인 주민 박성범(60)씨도 “그동안 태풍 때 나무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는데 숲만 망가뜨렸다”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포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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