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사이 20~50m 활강…땅에선 엉금
학회 때문에 일본 어느 지방의 제법 오래되고 자그마한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작고한 원래의 호텔 설립자가 건물을 지으면서 호텔 안에다 별도로 야생동물연구소를 설립해 놓아 그때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그 연구소는 호텔 마당의 큰 나무 위에 특별한 보금자리를 달아 하늘다람쥐가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호텔 마당의 야외조명등이 켜지기 시작할 무렵, 보금자리를 기어 나온 하늘다람쥐들이 슬슬 움직이는 장면을 조용히 지켜 볼 수 있었다. 야생동물에 큰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일이지만, 나에겐 유익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하늘다람쥐는 일반 다람쥐보다 크고 통통하며, 일생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살아간다. 간혹 어떤 이들은 하늘다람쥐와 날다람쥐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날다람쥐는 하늘다람쥐 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전혀 다른 종류이다. 아마 사람들이 하늘다람쥐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날아다니는 날다람쥐와 혼동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늘다람쥐는 흔히 다른 나무로 넘어가고자 할 때는 일단 나뭇가지 꼭대기로 기어올라가서 목적한 다른 나무로 한번에 날아서 간다. 보통 20m에서 최대 50m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하늘다람쥐는 원래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동물은 아니다. 단지 앞발과 뒷발 사이의 옆구리 피부조직이 넓게 늘어나 있어서 낙하산처럼 이것을 활짝 펴고는 공중을 비스듬히 내려가는 것일 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행이 아니라 활강이라고 해야 옳다.
이 동물은 그 생김새가 매우 귀엽고 예쁘다. 얼굴에 비해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보면 겁 많고 순진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로 상수리나무, 잣나무 등에 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을 빼앗아 보금자리를 틀고, 도토리와 잣 같은 열매를 주요 먹잇감으로 살아간다. 이들은 땅으로 내려오게 되면 잽싸게 움직이지 못하고 의외로 엉금엉금 거리는 속도로 움직인다.
간혹 야외에서 이 동물이 살고 있는지를 조사할 때, 구멍이 뚫려 있는 나무 밑둥치를 발로 툭툭 차볼 때가 있다. 그러면 미세한 진동을 느낀 하늘다람쥐가 바깥을 살펴보려고 구멍 밖으로 머리를 쏙 내민다. 이때 이들의 서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우리 모두 가난했던 시절에는 산도 민둥산으로 헐벗었다. 이 때문에 나무와 운명을 같이 하는 하늘다람쥐도 크게 사라져 갔었다. 다행히 지금은 무차별한 벌목이 금지되면서 하늘다람쥐의 서식환경은 일부 개선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우리의 숲 속에서 이들을 만나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하늘다람쥐의 일생과 그들의 보호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된다면, 우리의 숲 속에서도 이 예쁜 동물을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hansy@wildlif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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