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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핵폐기장 막은 부안주민들 ‘햇빛발전소’ 3곳에 세우다

등록 2005-10-04 18:28수정 2005-10-05 13:59

햇빛발전기 전문시공업체인 상원인터내셔날 직원 등이 지난달 28일 오후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천주교 부안성당의 ‘성김대건안드레아회관’ 지붕에서 태양광전지판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햇빛발전기 전문시공업체인 상원인터내셔날 직원 등이 지난달 28일 오후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천주교 부안성당의 ‘성김대건안드레아회관’ 지붕에서 태양광전지판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당신들은 전기 안쓰냐” 질책에 곤혹스러웠는데
성당지붕에 원불교 교당에 태양광전지 설치했다
“대안에너지, 우리가 보여주겠다” 면서
한달 900KWh 생산 한국전력으로 보내

“그러는 당신네들은 전기 안쓰냐”

2년 전 군수의 독단적인 핵폐기장 유치 선언을 계기로 핵폐기장 반대싸움을 시작해, 이젠 누구도 감히 부안에 핵폐기장을 설치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게 되기까지 끈질기게 싸워오는 동안 많은 부안 사람들의 한쪽 가슴을 짓눌러온 질문이다. 질문은 이어진다. “당신들이 쓰는 전기도 40% 이상 원자력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는 어디엔가는 처리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무조건 핵폐기장은 안된다고만 하면 어쩌자는 거냐.”

1기 발전량 4인가족 사용량과 비슷

외부에서 던져진 이런 질책성 질문이 막 흥분해 일어선 부안 사람들의 귀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그러나 싸움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점차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 질문에 마냥 귀를 닫을 수만은 없게 됐다. 그리고 핵폐기장 반대싸움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안 핵폐기장 반대’에서 출발한 구호가 ‘국가 에너지정책 전환’으로까지 발전했을 때, 많은 부안 사람들은 누가 굳이 묻지 않아도 자신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싸움의 맨 앞에 섰던 이들이 지금 부안군내 3곳에 상업용 햇빛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는 것은 이런 물음에 대답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그래, 우리도 전기를 쓴다. 우리의 주장은 전기를 쓰더라도 되도록이면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는 전기를 많이 만들어 쓰자는 말이다. 우리가 먼저 해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안읍 부안성당의 성김대건안드레아회관 지붕에서는 인근 주민과 이웃 변산의 변산공동체 사람들, 서울의 에너지대안센터 관계자들, 멀리 강원도에서 햇빛발전사업을 시작하려는 부부 등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양광전지를 조립하는 마지막 작업이 진행됐다. 오전에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여서, 가로 120㎝, 세로 54㎝ 크기의 태양전지판 40개를 지붕에 두 줄로 나란히 얹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부안의 시민햇빛발전소 1호기가 탄생했다.

이날 부안성당에 설치된 햇빛발전소 1호기는 최대 3㎾, 한달에 우리나라 4인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과 비슷한 300㎾h 가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원불교 부안교당과 하서면의 생태학교 생명평화마중물 지붕에도 5일까지 같은 용량의 발전기가 설치되면, 3곳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햇빛만으로 다달이 900㎾h 가량의 깨끗한 전기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한국전력에 공급돼, 다른 대형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와 섞여 어느 가정의 안방을 밝히거나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발전기 설치 작업이 벌어지던 부안성당 지붕 아래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령에도 반핵싸움 현장에 빠지지 않아 ‘부안 반핵할아버지’로 불려온 이대건씨는 “우리가 핵발전소를 덮어놓고 없애자고 하는 것이 아니제, 이번에 잘 되면 곳곳에서 너도나도 햇빛발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나설 거여”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강원도 홍천에서 땅을 빌려 1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는 한 중년 신사는 “태양광과 같은 대안에너지는 아무리 해도 결국은 원자력과 같은 기존 에너지를 보완하는 정도밖에 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발전 회사’ 만들겠다

이에 대해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은 “지금 독일 등에서 원전을 폐쇄해 나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며 “태양광 발전을 시작으로 풍력,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대안에너지로 범위를 넓혀 정치만이 아니라 에너지에서도 분권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군내 3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햇빛발전소 건설에는 1㎾ 당 800여만원씩 모두 7500여만원이 들어간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중심에 섰던 문규현 신부와 김인경 원불교 교무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내놓은 자금에 환경연합 생태도시센터 등 외부 지원금을 보태 마련한 돈이다. 이렇게 만든 발전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대안에너지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출자를 이끌어내 시민발전유한회사를 설립해 4호기, 5호기로 발전소 건설을 늘려가겠다는 것이 이 소장 등의 구상이다.

‘햇님과 바람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내건 부안의 이 행진은 이제 첫발을 뗀 셈이다. 이 행진의 끝에 부안이 어디에 가 닿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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