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창원·진해 환경연합 간사 곽빛나씨.
마창진 환경연합 간사 곽빛나씨
‘나홀로 1년간 배낭여행’ 화제
‘나홀로 1년간 배낭여행’ 화제
“영어도 못하는 여자가 태어나서 처음 혼자 1년간 외국여행을 나갔다. 65ℓ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숙소 예약도 기차표도 없이 맨몸으로 갔다. 내가 만약 이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상 누구나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 마산 앞바다 인공섬 건설 반대 현장,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낙동강 현장 등 경남지역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항상 현장에서 뛰어다니던 곽빛나(27)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간사가 지난봄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곤 3월 말부터 유럽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때때론 한복을 입고 유럽의 골목을 누비며 기념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곽씨는 1년간 혼자 유럽을 배낭여행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독일로 떠났다. 그의 첫 국외여행이었다.
출발 전 예약한 것은 독일행 비행기 편과 첫날 묵을 프랑크푸르트 숙소뿐이었다. 확정된 여행 일정이라곤 독일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유럽의 동·남·서·북 방면을 차례로 둘러보되, 북유럽으로 들어가기 전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며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된 라인강을 자전거로 종주하며 4대강과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등 독일 중심으로 유럽의 환경정책과 환경운동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뿐이었다. 여행경비는 채 1000만원이 되지 않는 그의 은행 잔고가 전부였다.
“첫날 돌풍이 불었다. 3일 만에 휴대폰이 부숴졌고, 여행책자를 잃어버렸고, 4일 만에 컴퓨터가 고장 나고, 11일 만에 카메라가 고장 났다. 20일 만에 어린아이가 던진 두부에 맞았고, 24일 만에 시계를 잃어버렸다. 그외에 사소한 것들을 셀 수 없이 잃어버렸다. 이제 다음 차례는 무엇인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써 올린 글처럼, 그의 여행은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곽씨는 환경운동 활동을 중단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25일 페이스북 메시지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밀양 송전탑 싸움 등을 하면서 쉼없이 일했다. 그러다 ‘다른 일에도 밀양처럼 열정을 다 바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키우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시간도 가져보자는 생각에 비행기에 올라탔다. 환경운동연합 식구들에겐 공부하러 간다고 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놀러 간 것이 들통 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기에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여행을 하면서 내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에 대한 애정도 늘었다. 또 도시, 사람, 역사, 언어 등을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남은 기간엔 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래도 여행을 하면서 국립공원 관리 실태, 도시 강 이용 방식 등 환경 관련 문제를 눈여겨보게 된다. 좋은 사례들은 돌아가서 한국에서 적용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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