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초등생들 청원운동 결실
“시장님,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불쌍한 ‘할아버지 나무’를 제발 살려주세요!” 마을의 상징으로 전해져 오는 250년 된 고목을 고사 위기에서 살려내려는 어린이들의 애틋한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18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한 주택가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벌어졌다. 이근규 시장이 꼬마 손님들을 모셔놓고 ‘나무 살리기’ 설명회를 하고 있다. 그는 제천시 보호수 80호인 수령 250년의 느릅나무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여러분 마음을 잘 알았다. 영양제도 주고 수술도 해줘서 튼튼하게 살도록 해 줄 것을 다짐한다.”
이날 설명회는 2011년 새 도로를 만들면서 아스팔트 한가운데 놓이게 된 나무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아이들이 잇따라 청원서를 낸 것이 계기가 됐다. 홍광초교를 비롯한 지역 어린이들은 지난 5월부터 환경단체와 손잡고 느릅나무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300여명의 어린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엽서를 써서 우유팩으로 만든 느릅나무와 함께 시청에 전달했다.
이 느릅나무는 조선시대 때 인근 약수터에서 내려오는 개천 가의 바위를 뚫고 나와 자라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서낭나무로 여겨지면서 마을 사람들의 큰 사랑을받아왔다. 아이들의 끈질긴 요청에 제천시도 결국 느릅나무 보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13일 수간주사(영양제)를 투입한 데 이어 오는 29일까지 외과수술과 주변 정리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나무 주변 아스팔트를 일부 제거한 뒤 잔디를 심고 주변에는 물 빠짐이 좋은 블록도 깔기로 했다.
김진우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도로가 뚫린 뒤 느릅나무가 뿌리 호흡을 제대로 못 해 잎이 절반으로 줄고 군데군데 고사 흔적도 나타나고 있다”며 “아이들의 뜻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나무를 잘 살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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