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 겨울 철새인 재갈매기의 이동 경로가 처음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은 15일 “우리나라를 오가는 갈매기 중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재갈매기가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 사이에 대부분 동해를 거쳐 북상해 러시아 번식지로 향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고 밝혔다.
생물자원관은 지난 2월25일 강원도 삼척에서 재갈매기 4마리에 추적발신기를 부착해 이 가운데 3마리가 이 경로로 이동한 것을 관찰했다. 재갈매기는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갈매기 20여 종 가운데 가장 개체 수가 많고 절반 가량이 동해안에서 머문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및 축치 자치구의 시베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한국·중국·대만·일본 등지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재갈매기들이 동해에 머무는 동안 낮에는 해안가에 있거나 아주 멀리 18㎞ 해상까지 먹이 활동을 하다 밤에는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에 머무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경계가 취약한 야간에 육상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바다에서 지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갈매기들은 월동 기간에도 일본으로 이동해 북상하기 전까지 머물거나 일본까지 갔다가 다시 동해안으로 돌아와 북상하기도 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제갈매기들도 울산에서 속초까지 넓은 해안지역을 이동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① 삼척→일본 하마다시(370㎞)→울산(250㎞)→포항(97㎞)→러시아 알도마만(2410㎞)→콜리마강(1160㎞)
② 삼척→러시아 알도마만(2270㎞)→알단강(420㎞)
③ 삼척→동해(17㎞)→일본 홋카이도(1380㎞)→러시아 캄차카(1860㎞)
④ 삼척→일본 오다시(370㎞)→도야마만(460㎞)→홋카이도(805㎞)→러시아 사할린(440㎞)
생물자원관은 “이번 성과는 재갈매기의 분포권인 동북아시아에서의 이동 경로를 최초로 규명함으로써 향후 철새의 이동 생태 연구, 서식지 보전, AI 대응, 환경 변화 영향 파악, 보호 대책 등에 활용할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갈매기는 몸 길이가 평균 62㎝, 날개를 편 길이는 139㎝ 정도로, 나이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4년쯤 되면 성조의 모습을 띤다. 성조는 등과 날개 윗면은 회색이고 날개의 바깥쪽은 검은색이며 끝에 흰색의 반점이 1~2개 있다. 눈은 옅은 노란색에서 어두운 색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부리는 노란색이고 아래부리 끝에는 붉은 반점이 있다. 다리는 분홍색이다. 겨울에는 머리와 목에 거친 줄무늬가 생긴다.
환경부는 1999년부터 해마다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에서 100여개 팀 200여명이 같은 시기에 조류 동시 센서스 조사를 하고 있다. 올해 겨울 조사에서 전국의 갈매기류는 14종이 확인됐으며, 재갈매기는 4만6949개체가 기록됐다. 이 가운데 동해안에서 2만 4237개체가 확인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