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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4대강에서 간암 유발 치명적 독소 검출

등록 2015-09-10 16:14수정 2015-09-10 16:20

[한겨레 21]
일본 녹조 전문가·국내 학자들 보 인근 현장조사 결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마이크로시스틴-LR’ 확인
낙동강 유역 심각…수도관에 ‘시한폭탄’ 흐르는 형국
1996년 2월 브라질 카루아루의 한 병원 혈액투석센터. 치료를 받던 환자 60여 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병원 수돗물의 원수는 인근 저수지에서 퍼올린 물. 당시 이 저수지에는 남조류가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이른바 녹조가 번성한 것이다.

조사 결과 정수시설의 필터는 물론 환자의 혈청, 간세포에서 남조류 독소가 검출됐다. 독소의 이름은 마이크로시스틴. 간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 1991년 일본의 한 연구팀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사람에게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숨진 환자들은 완전하게 여과·소독되지 않은 물을 공급받았다가 무더기로 사망한 것이다.

2015년 7월 한국의 낙동강.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성리의 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 길이 2km에 걸쳐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했다. 성주군에서 7월13~15일 사흘 동안 수거한 물고기만 해도 1500여 마리. 바닥에 가라앉은 것까지 더하면 수천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례행사가 된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지난 8월 한·일 녹조 공동조사단이 금강에서 확인한 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LR를 만드는 종이다. 김종술 기자 제공
지난 8월 한·일 녹조 공동조사단이 금강에서 확인한 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LR를 만드는 종이다. 김종술 기자 제공
낙동강의 물고기 떼죽음은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2012년 칠곡보 상류에 있는 구미시 동락공원 인근에서 수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지난해에는 칠곡보 상류와 하류에서 강준치들이 떼죽음했다. 모두 2012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일대에 거대한 콘크리트 보가 건설된 뒤 벌어진 일이다.

물고기 떼죽음의 일차적 원인은 물속 산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유역에만 8개의 대형 보가 건설됐다. 이들 보가 물길을 가로막으면서 강은 사실상 호수가 돼버렸다. 원래 강바닥에 있어야 할 모래가 사라지고 펄이 대부분을 뒤덮었다. 펄은 각종 부유물질이 가라앉아 부패한 것이다. 펄의 산소 농도는 0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비가 내리면 물의 위아래가 뒤바뀌는 전도 현상이 일어나면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것이다.

강바닥의 펄을 없애려면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2012년 4대강 사업 완공 뒤 거의 수문을 열지 않고 있다. 극심한 녹조 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문을 열더라도 찔끔 개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물의 표층에 있는 녹조만이 일부 흘러내려갈 뿐, 수중 생태계 오염의 주범인 펄은 여전히 강바닥에 가득한 실정이다. 낙동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은 하나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낙동강에서 올해 녹조띠는 6월 초부터 강을 뒤덮었다. 상주보의 남조류 개체 수(표층 조류)는 2012년 1㎖당 174개였지만 올해는 1943개로 11배 넘게 늘었다. 불과 3년 사이다. 달성보는 3년 사이에 남조류 개체 수가 1019개에서 1만1860개로 폭증했다. 다른 보들 또한 해마다 남조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브라질 혈액투석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독소 마이크로시스틴-LR가 낙동강에 창궐하고 있다. 9월4일 기준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http://water.nier.go.kr) 자료를 보면, 칠곡보의 마이크로시스틴-LR 수치는 지난해 2.4ppb에서 올해 5.2로 갑절 넘게 증가했다. 강정고령보는 1.5에서 3.4, 창녕함안보는 1.1에서 3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1ppb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특히 올해 수치의 경우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주일마다 수치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2013년부터 마이크로시스틴-LR를 먹는물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강물 직접 접촉 어민들에게 치명적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환경부는 원수(강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발표해왔지만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강물 시료에서 녹조를 제거하고 용해된 성분만을 조사하고 있다. 강물과 직접 접촉하는 어민이나 유람선 사업자들한테 대단히 위험한데도 환경부는 무책임하게 결과를 발표해왔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주민은 1300만 명에 이른다. 간암을 일으킬 정도로 치명적인 독소가 녹아든 강물이 식수로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 쪽은 고도의 정수 처리를 통해 독소를 99.8% 이상 제거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러나 정수 처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물이 수도관을 타고 가정에 공급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수도관에 ‘시한폭탄’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비단강’으로 일컬을 만큼 수질이 깨끗했던 금강 또한 심각한 녹조에 시달리고 있다. 조류(클로로필-a) 농도가 해마다 오르막이다. 전국 16개 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세종보에서는 2012년 23.9㎖/㎥였던 조류 농도가 올해는 45.5로 갑절 가까이 상승했다. 남조류 개체 수 증가폭은 더 크다. 2012년 1㎖당 361개였던 남조류 개체 수는 2015년 791개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충남 공주보 또한 조류 농도가 2012년 32.8에서 올해 40.5로 해마다 늘고 있으며, 남조류 개체 수는 2012년 533개에서 올해 954개로 크게 증가했다.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는 대구·경북,부산·경남 주민은 1300만 명에 이른다. 간암을 일으킬 정도로 치명적인 독소가 녹아든 강물이 식수로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금강 유역의 3개 보 가운데 백제보의 오염이 가장 우려스럽다. 백제보의 조류 농도는 2012년 27.7에서 2013년 42.7로 뛰었고 2015년에는 41.4로 측정됐다. 남조류 개체 수는 4대강 사업 완공 첫해인 2012년 454개 수준에서 이듬해 1464개로 3배 증가했고 2014년 2616개, 2015년 5798개로 해를 거듭할수록 2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백제보 일대에서는 2012년 10월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하기도 했다.

흘러야 할 강물이 호수처럼 정체된 결과 강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큰빗이끼벌레의 개체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201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차례 조사한 결과 큰빗이끼벌레의 크기와 개체 수, 서식 범위가 모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1m³당 야구공 크기의 큰빗이끼벌레 1~3개가 발견됐지만 올해는 축구공만 하게 커진데다 개체 수도 3~5개로 많아졌다. 공주 정안천 인근에서는 지름이 50cm에 이르는 큰빗이끼벌레 군체가 확인됐다. 공주 쌍신공원 고사목에서는 길이 350cm의 군체가 길게 이어져 있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큰빗이끼벌레

금강에서 창궐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군체. 1mm 안팎의 개체가 모여 거대한 군체를 이루고 있다. 박용훈 작가 제공
금강에서 창궐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군체. 1mm 안팎의 개체가 모여 거대한 군체를 이루고 있다. 박용훈 작가 제공

지난 8월27~29일 일본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의 다카하시 도루 교수를 비롯한 녹조 전문가들과 국내 학자·환경운동가들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의 보 인근에서 녹조 현장조사를 벌였다. 현장에서 현미경으로 1차 확인한 결과 4대강 모두에서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LR가 확인됐다. 일본 쪽 전문가들은 시료를 일본으로 가져가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어패류와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일본 쪽 전문가들이 이번에 채취한 4대강 시료로 화학적·면역학적·유전학적 정밀분석을 하고 있으며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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