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발생한 한강의 녹조가 처서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 북단 아래 한강에서 횐뺨검둥오리가 녹색 페인트를 뿌린듯한 강물 위에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환경운동연합 발표 “정수시설 통과해도 마이크로시스틴 남아”
지난 여름 4대강에 확산됐던 녹조의 독성이 수돗물 기준을 넘길 정도로 강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등과 지난 8월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 등 4대강에서 물을 떠 녹조(남조류)의 독성을 분석한 일본 국립신슈대의 박호동 교수(물질순환학)는 28일 “4대강에서 조사 지점에 따라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의 농도가 최고 400ppb가 넘었다. 이 농도의 물이 수돗물의 원수로 사용되면 정수 시설을 통과한다 해도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기준치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기능 손상을 일으키고 암 발생 환경을 만드는 조암작용을 하는 독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먹는물 1리터당 1마이크로그램(1ppb)을 허용 기준치로 설정했다. 브라질에서는 혈액투석에 이 독소가 든 물이 사용돼 5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90여종이나 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아르아르(RR), 마이크로시스틴-엘아르(LR), 마이크로시스틴-와이아르(YR) 등 세가지가 많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낙동강은 20~400ppb, 영산강 200ppb, 금강 300ppb, 한강 50~400ppb 등 분포의 농도가 조사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활성탄에 의해 잘 제거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수시설과 기술로는 제거율이 99%에 이른다.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400ppb에 이르면 이론적으로 잔량이 4ppb이나 돼 세계보건기구 기준치 1ppb를 4배나 넘길 가능성 있다. 환경부는 2013년부터 마이크로시스틴을 감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환경부의 수질 검사 방법은 녹조를 제거하고 남은 용수만 가지고 조사하는 방식이어서 녹조 세포 안에 있는 독소는 측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박호동 교수는 “수돗물을 정수하는 과정에 염소를 사용하면 남조류 세포가 파괴돼 독소가 세포 바깥으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부 분석 방식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녹조를 채취해 수분을 제거하고 건조시켜 전체 독성을 분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한번의 조사로 녹조의 위험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수치를 상한으로 삼아 녹조 발생 원인과 독성 생산의 상관관계를 장기간에 걸쳐 정밀하게 조사분석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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