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실험실에서 황승률 유기물질분석연구과 연구사가 폐기물에 함유된 오염물질을 측정하기 위해 전처리작업을 하고 있다.
극미량 따라 허용-금지 갈리는 물질 늘어나는데
ㄱ기관 측정땐 “기준초과 50%” ㄴ기관은 “3%” 지난해 11월 경기 안성시 수도사업소는 관내 간이 상수도를 대상으로 4분기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이때 보개면 가율리 분토마을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인 질산성질소가 9.9㎎/ℓ 검출됐다. 기준치인 10㎎/ℓ에 불과 0.1㎎/ℓ 못 미치는 높은 수치였다. 40여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그 뒤로도 계속 간이 상수도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해오고 있다. 이 마을 김정태 이장은 “수치가 좀 높기는 해도 기준치를 안 넘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전남 나주시 금천면 원곡리에 있는 도축업체인 중앙축산은 전남도청이 벌인 폐수배출업소 점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를 내보냈다는 판정을 받았다. 수질분석 결과 총인(T-P)이 기준치(8㎎/ℓ) 보다 0.55㎎/ℓ 높게 나온 것이다. 중앙축산은 국가에 초과 배출한 오염물질의 농도와 양에 따라 환산되는 배출부과금 200만원을 냈다. 분토마을 주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시는 것은 검사기관의 수질분석 결과를 믿기 때문이다. 중앙축산이 배출부과금을 낸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런 수질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분석자 능력·숙련도가 측정 정확성 좌우=환경오염물질 가운데 어떤 장치에 넣기만 하면 자동판매기처럼 결과가 나오는 형태로 측정되는 것은 많지 않다. 분석이 비교적 쉬운 편이어서 시·군 보건소에 측정을 맡기고 있다는 수돗물 속 불소 함유량의 측정방법을 보자. 불소측정에는 모두 10가지의 시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 시약들 가운데는 단순히 물에 희석해서 만드는 것도 있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 많다. 또 본격 측정을 위해서는 10단계가 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전처리 과정에 대한 공정시험방법 설명 가운데는 “용액 수 방울을 지시약으로 하여”, “액이 엷은 홍색이 될 때까지 용액을 넣고” 등 애매한 부분들도 있어 분석자에 따라 다른 측정 결과가 나올 개연성도 높다. 또한 나온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장비 못지 않게 분석자의 능력과 숙련도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산업 발달에 따라 극미량으로도 인체와 환경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오염물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오염물질의 분석과 측정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도관리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간이 상수도의 법정 수질검사를 담당하는 시·군 보건소 등과 같이 검사기관 자체가 정도관리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로 칠 수 있다. 문제는 정도관리 대상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검사기관들이더라도 이들이 검사하는 항목 가운데 실제 정도관리가 이뤄지는 항목 수가 극히 일부라는 점에 있다. 환경부가 공정시험방법을 고시한 9개 분야의 304개 항목 가운데 정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5개 분야 27개 항목에 지나지 않는다. 52종에 이르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50종이 정도관리를 받고 있지 않다. 여러가지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물질, 미세먼지 등이 모두 정도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각종 유해 폐기물에 함유된 오염물질 측정에 대해서는 납, 크롬, 구리 등 3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정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정도관리 방법도 검사기관들에 일종의 시험문제격인 표준시료를 보내 이들이 오차범위 이내로 분석을 해내는지 점검하는데 그치고 있다. 검사용 표본을 채취하는 능력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환경오염물질들의 특성상 표본 채취를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는 검사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점이 고려되지 않는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과학원의 측정기준연구과 직원 3명이 중심이 된 현재의 정도관리 총괄 조직의 역량과 지난해까지 1억7천만원에 불과했던 정도관리 예산으로는 530여개에 이르는 정도관리 대상기관을 상대로 이 정도만 해나가기도 버겁다”고 털어놨다. 정도관리 않고 “검출한계 이하” 믿어야하나=환경부는 얼마 전 “지난해 전국 총 3683개 지점에서 토양오염실태조사를 한 결과 1.7%인 61개 지점의 토양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준초과 지점에 대해서 오염토양 정화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의 토양오염물질 측정에 대한 정도관리 실태를 알고 나면 정말 61곳만 우려하면 되는지, 또 환경부의 오염토양 정화대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지방·유역환경청이 담당한 이 측정에서 ‘검출한계 이하’로 나왔다는 피시비 페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이 모두 국립환경과학원의 토양분야 정도관리 항목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들 항목은 아직 토양오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고, 정도관리용 표준시료 제작 등에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들어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환경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강원도 지역의 52개 간이 상수도 수돗물을 받아 먹는물 수질검사의 국제인증기관인 수자원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 간이 상수도 수질검사항목 14개(1개 항목은 선택) 가운데 1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50%가 넘는 충격적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강원도의 각 시·군 보건소들의 검사 결과를 통해 집계한 강원도 내 간이 상수도의 연 평균 수질기준 위반율은 3.14%에 그쳤다.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장(아주대 교수)은 “측정 결과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측정의 정밀도와 정도관리 유무를 빼놓고는 이 격차를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면서 “정도관리가 이 정도라면 지하수, 대기 등 다른 분야 오염도조사 결과 발표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ㄱ기관 측정땐 “기준초과 50%” ㄴ기관은 “3%” 지난해 11월 경기 안성시 수도사업소는 관내 간이 상수도를 대상으로 4분기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이때 보개면 가율리 분토마을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인 질산성질소가 9.9㎎/ℓ 검출됐다. 기준치인 10㎎/ℓ에 불과 0.1㎎/ℓ 못 미치는 높은 수치였다. 40여가구의 마을 주민들은 그 뒤로도 계속 간이 상수도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해오고 있다. 이 마을 김정태 이장은 “수치가 좀 높기는 해도 기준치를 안 넘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전남 나주시 금천면 원곡리에 있는 도축업체인 중앙축산은 전남도청이 벌인 폐수배출업소 점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폐수를 내보냈다는 판정을 받았다. 수질분석 결과 총인(T-P)이 기준치(8㎎/ℓ) 보다 0.55㎎/ℓ 높게 나온 것이다. 중앙축산은 국가에 초과 배출한 오염물질의 농도와 양에 따라 환산되는 배출부과금 200만원을 냈다. 분토마을 주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시는 것은 검사기관의 수질분석 결과를 믿기 때문이다. 중앙축산이 배출부과금을 낸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런 수질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분석자 능력·숙련도가 측정 정확성 좌우=환경오염물질 가운데 어떤 장치에 넣기만 하면 자동판매기처럼 결과가 나오는 형태로 측정되는 것은 많지 않다. 분석이 비교적 쉬운 편이어서 시·군 보건소에 측정을 맡기고 있다는 수돗물 속 불소 함유량의 측정방법을 보자. 불소측정에는 모두 10가지의 시약을 준비해야 한다. 이 시약들 가운데는 단순히 물에 희석해서 만드는 것도 있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 많다. 또 본격 측정을 위해서는 10단계가 넘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전처리 과정에 대한 공정시험방법 설명 가운데는 “용액 수 방울을 지시약으로 하여”, “액이 엷은 홍색이 될 때까지 용액을 넣고” 등 애매한 부분들도 있어 분석자에 따라 다른 측정 결과가 나올 개연성도 높다. 또한 나온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장비 못지 않게 분석자의 능력과 숙련도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산업 발달에 따라 극미량으로도 인체와 환경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오염물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오염물질의 분석과 측정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도관리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간이 상수도의 법정 수질검사를 담당하는 시·군 보건소 등과 같이 검사기관 자체가 정도관리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로 칠 수 있다. 문제는 정도관리 대상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검사기관들이더라도 이들이 검사하는 항목 가운데 실제 정도관리가 이뤄지는 항목 수가 극히 일부라는 점에 있다. 환경부가 공정시험방법을 고시한 9개 분야의 304개 항목 가운데 정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5개 분야 27개 항목에 지나지 않는다. 52종에 이르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50종이 정도관리를 받고 있지 않다. 여러가지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물질, 미세먼지 등이 모두 정도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각종 유해 폐기물에 함유된 오염물질 측정에 대해서는 납, 크롬, 구리 등 3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정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정도관리 방법도 검사기관들에 일종의 시험문제격인 표준시료를 보내 이들이 오차범위 이내로 분석을 해내는지 점검하는데 그치고 있다. 검사용 표본을 채취하는 능력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환경오염물질들의 특성상 표본 채취를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는 검사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점이 고려되지 않는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과학원의 측정기준연구과 직원 3명이 중심이 된 현재의 정도관리 총괄 조직의 역량과 지난해까지 1억7천만원에 불과했던 정도관리 예산으로는 530여개에 이르는 정도관리 대상기관을 상대로 이 정도만 해나가기도 버겁다”고 털어놨다. 정도관리 않고 “검출한계 이하” 믿어야하나=환경부는 얼마 전 “지난해 전국 총 3683개 지점에서 토양오염실태조사를 한 결과 1.7%인 61개 지점의 토양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준초과 지점에 대해서 오염토양 정화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의 토양오염물질 측정에 대한 정도관리 실태를 알고 나면 정말 61곳만 우려하면 되는지, 또 환경부의 오염토양 정화대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지방·유역환경청이 담당한 이 측정에서 ‘검출한계 이하’로 나왔다는 피시비 페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이 모두 국립환경과학원의 토양분야 정도관리 항목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들 항목은 아직 토양오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고, 정도관리용 표준시료 제작 등에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들어 빼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환경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강원도 지역의 52개 간이 상수도 수돗물을 받아 먹는물 수질검사의 국제인증기관인 수자원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 간이 상수도 수질검사항목 14개(1개 항목은 선택) 가운데 1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 50%가 넘는 충격적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반면 지난해 강원도의 각 시·군 보건소들의 검사 결과를 통해 집계한 강원도 내 간이 상수도의 연 평균 수질기준 위반율은 3.14%에 그쳤다. 장재연 시민환경연구소장(아주대 교수)은 “측정 결과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측정의 정밀도와 정도관리 유무를 빼놓고는 이 격차를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면서 “정도관리가 이 정도라면 지하수, 대기 등 다른 분야 오염도조사 결과 발표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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