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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옥촉촉’을 아시나요?…잊혀진 생물자원 지혜 되살린다

등록 2016-03-02 14:02

제주도에 서식하는 보리장나무는 산수유보다 조금 큰 열매를 맺는다. 새들이 잘 쪼아먹고 사람도 간식거리 등 식용으로 사용한다. 드물지만 말려서 팔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보리장나무 열매가 설사 치료제로 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8세기 초 지어진 <남환박물>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2일 <농사직설> <향약집성방> 등 조선시대 문헌 94종에 실린 우리 생물의 옛 이름과 생물을 활용한 전통지식을 요약한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4권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책 발간 작업을 벌인 정종우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가장 눈에 띄는 전통지식으로 ‘보리실’을 꼽았다.

1702년부터 1년여 동안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1653~1733)은 자신이 지은 <남환박물>에 “보리실은 설사를 치료하는 데 쓴다”고 설명해놓았다. 정 교수는 “책에 서술된 보리실의 모양새, 열매 결실 시기, 지리적 분포 등을 분석해 보면 현재 제주지역에서 서식하는 보리장나무로 추정된다. 지금은 보리장나무 열매가 식용으로만 쓰이고 있어 설사 치료제로 썼던 옛 전통지식이 어느 시기엔가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보리장나무와 비슷한 보리수나무와 보리밥나무도 설사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부처님 이야기에 등장하는 보리수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뽕나무과의 무화과나무류로 이들 나무와는 다르다.

연구팀은 기침·치통 등을 치료하는 약용식물인 ‘영릉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한의학에서는 영릉향이 중국 원산의 애초과 참좁쌀풀속 식물인 ‘리시마치아’로 알려져 있지만,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등에 영릉향이 제주 특산물로 기록된 것으로 미뤄 제주에서 자생하는 ‘섬까치수염’을 일컫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17세기 역관들이 사용하던 사전인 <역어유해>(1690년 발간)에는 옥수수·벼·김의 옛 이름이 각각 ‘옥촉촉’ ‘도자’ ‘태’라고 나와 있다. 애초 수수는 중국 촉나라 지역에서 나는 찰기장이라는 뜻의 ‘촉서’에서 비롯됐다. 높이가 성인 키보다 높다 하여 ‘고량’이라고도 불렸다. 고량주 이름의 유래다. 옛 문헌에는 수수에 대해 “이삭이 아래로 늘어져 있다, 머리를 숙였다는 의미로 수수라 했다”고 설명해 놓았다. 옥수수는 겉껍질을 벗기면 구슬(옥)과 같은 알곡 형태로 돼 있다 하여 옥촉서, 옥촉촉이라 했다. <역어유해>에는 한자인 ‘옥촉촉’ 옆에 한글로 ‘옥슈슈’라 적혀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옛 문헌에 나타난 생물 이용 전통지식은 생물주권의 근거일 뿐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위스의 네슬레는 2009년 5월 우유에 들어 있는 성인 변비 완화성분에 대해 유럽 특허를 출원했다가 2011년 인도가 전통지식디지털라이브러리를 유럽 특허청에 제출하며 이의를 제기하자 다음해 특허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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