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인 5일을 앞두고 서울시 강남구청은 4일 양재천에 두꺼비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새 생태통로를 만들었다. 양재천에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논이 조성돼 있다. 이 논은 주변 산에 사는 두꺼비들의 산란지 구실을 한다. 이번 주말 비가 내리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이 새 길을 따라 이동할지 주목된다.
강남구가 두꺼비를 위한 새 통로를 만들기로 한 것은 2013년에 설치한 양서류 이동 생태통로가 제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자전거도로를 횡단하는 너비 0.5m, 길이 4m의 생태이동통로 21곳과 생태이동 유도펜스(204m)를 설치했지만 생태통로 입구가 작은 데다 턱이 있어 두꺼비나 개구리들이 입구를 못 찾고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경칩인 3월6일부터 두꺼비가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로 해 뜨기 전인 오전 6~8시 사이에 이동하고 비가 오는 날 많은 개체가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 다소 낮은 영하의 온도에도 이동하기도 하고 비가 오지 않아도 산란하러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꺼비들은 생태통로의 입구가 작아 몇 걸음만 걸으면 입구를 지나치고, 입구를 찾아도 턱이 높은 데다 토사나 낙엽으로 입구가 막혀 통로를 이용하지 못했다. 또 두꺼비는 한쪽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는 습성을 지녀 유도펜스를 따라 이동하느라 입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논에서 부화해 자라난 새끼 두꺼비는 허파가 생겨 공기호흡을 하게 되면 5월 초께부터 6월까지 논 습지를 벗어나 야간에 산으로 이동한다. 이때 4m 정도의 생태통로를 이동하는 데 평균 10분 정도가 걸린다. 오래는 58분까지 걸리는데 많은 새끼들이 땅 속으로 들어가서 15분쯤 쉬다가 다시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강남구는 중앙대 그린리버연구단의 김진홍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생태통로 입구를 크게 하고 턱을 30도 정도 경사지게 한 새로운 생태통로를 3~4일 이틀 동안 새로 만들었다. 통로에는 10㎝ 이상의 흙을 깔고 관목을 심어 두꺼비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높이는 뛰어서 이동하는 개구리를 고려해 50㎝ 이상이 되도록 했다. 또 보행자 도로에도 유도펜스를 추가했다. 유도펜스에는 물이 고이는 곳을 따로 만들어 두꺼비들이 물을 피하느라 입구를 지나치지 않도록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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