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고창 고인돌 유적지의 고인돌은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과 용암이 굳은 유문암을 덮개돌과 받침돌로 썼다. 동양 최대로 알려진 고인돌의 모습.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고인돌, 운곡습지, 병바위, 선운사 마애불…. 전북 고창의 관광과 보전의 핵심인 이들 사이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화산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창 고인돌 유적은 3000년 전 청동기인의 무덤이자 제의 장소로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거석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약 8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때 이 일대에 화산재를 날리고 용암을 흘려보낸 활화산 덕분이다. 당시 고창에는 선운산을 중심으로 큰 화산이 활동했고 현재 최대 지름 13㎞의 화산암체가 그 흔적으로 남아 있다.
조규성 전북대 과학교육학부 교수(암석학)는 “고인돌의 재료로는 이 지역에 흔한 뜨거운 화산재가 두껍게 쌓여 굳은 응회암과 점성 높은 용암이 굳은 유문암을 주로 썼다”고 말했다. 청동기인들은 암반에서 떨어져 나왔거나 언덕 위 채석장에서 잘라낸 화산암을 끌어와 고인돌을 제작했을 것이다.
고인돌 유적지와 연결된 운곡습지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저층 산지습지인 이곳은 영광원전이 쓸 용수를 대기 위한 저수지를 지으면서 1982년 5개 마을 158가구를 이주시키면서 형성됐다. 김동식 전북도 자연해설사는 “애초 물이 나오던 곳이어서 논농사를 지었는데 주민이 이주한 뒤 30여년이 흐르면서 습지로 복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운곡습지는 원전이 낳기 훨씬 전 화산이 토대를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운곡저수지 주변은 선운산 화산이 마지막으로 용암을 분출한 화구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분출된 유문암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한라산 백록담처럼 습지를 이룰 기초를 마련했고 화산암이 풍화된 점토가 바닥에 깔려 물이 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운산 일대에는 쥐바위, 사자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사람 얼굴 또는 거꾸로 꽂은 병처럼 보이는 아산면 반암리 병바위는 대표적인 예이다. 독특한 형상의 바위가 우뚝 남은 이유는 암질이 단단한 유문암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 박사는 “화산재와 암석 조각으로 이뤄진 주변 암석은 쉽게 부스러져 완만한 동산이 된 반면 유문암은 균질해 큰 덩어리로만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절벽을 형성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성이 높은 유문암이 경사진 화산체를 이루고 그것이 절벽으로 남은 대표적 장소가 선운산 도솔암의 마애불이다. 마애불의 붉은 기운과 부드러운 물결무늬는 유문암의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다.
고창/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