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태백시 장성중앙교회 옆 고생대 퇴적층에서 쥐며느리 한 마리가 복족류 화석 옆을 지나가고 있다.
고생대 화석 보고, 태백시 구문소
약 5억~4억년 전인 고생대 초·중기 동안 지구의 육지는 식물이 전혀 없는 텅 빈 땅이었다. 바다에는 삼엽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이 있었을 뿐이다. 당시 따뜻한 열대바다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를 알려면 강원도 태백시에 가면 된다.
태백시 구문소에서 황지천을 따라 10여분 걸으면서 강변에 드러난 암석을 잘 살펴보면 당시의 화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부터 4억7000만~4억6000만년 전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중기 동안 쌓인 지층이 막골층~직운산층~두위봉층 순서로 나타난다.
수심이 얕고 염분이 높은 바다에서 쌓인 막골층의 잿빛 석회암에선 껍질이 돌돌 말린 다슬기의 조상인 복족류 화석이 많이 보인다. 펄 속에 저서동물이 굴을 판 자국과 물결자국 등도 있다. 암염의 네모 결정이 다른 광물로 치환된 모습에서 당시 매우 건조하고 짠 바다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깊은 바다 환경에서 쌓인 직운산층은 얕은 바다에서 밀려온 탁류가 굳은 셰일이다. 온전하진 않지만 삼엽충 화석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천가에 드러난 지층 단면에는 오징어 조상인 두족류, 조개 조상인 완족류, 복족류 등이 무더기로 들어 있다.
구문소에서 250m쯤 상류 지점에 이르면 바다에서 쌓인 두위봉층의 석회암이 돌연 사라지고 육지에서 쌓인 역암과 사암층이 나타난다. 두 지층 사이의 연대 차이는 약 1억4000만년이다. 이 기간에 해당하는 고생대 중기 지층은 발견되지 않아 ‘대결층’이라 불린다. 그 긴 기간 동안 화산활동도 퇴적활동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지질학계의 수수께끼다.
태백시 장성동 장성중앙교회 옆에도 바다 무척추동물의 화석이 잘 드러난 화석 산지가 있다. 가로 9m 세로 1~2m인 암벽에 복족류 등의 화석이 무더기로 드러나 있다.
김경한 태백 고생대자연사박물관 주무관은 “국내 최대의 화석바위인데 자연적인 풍화나 탐방객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태백/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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