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꼬리 바람결에 살랑살랑…혹시 최면술?-노란목도리담비
긴꼬리 바람결에 살랑살랑… 혹시 최면술?
제법 예쁜 이름을 가졌지만 생각보다 난폭하고, 얼굴은 족제비처럼 날카롭게 생겼다. 우리나라 담비는 흔히 노란목도리담비라 불리우는데, 목 아랫 부분은 아주 선명한 노란색 털로 덮여 있고, 가슴에서 몸통 부분까지 노란색이 이어진다. 그러나 머리와 다리, 그리고 꼬리와 엉덩이 부분은 아주 진한 검정색을 띠고 있어 색채의 대비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미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동물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노란색이 더욱 선명해져 여러 담비 종류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된다.
꼬리의 길이는 길다란 몸통의 길이만큼이나 길다. 길다란 길이 때문에 단단히 지탱되지 못하고 바람에 살랑거리며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동물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으면,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어느 순간 딴 생각이 사라지면서 꼬리의 움직임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혹시 숲 속에서 담비와 마주친 동물들도 순간적으로 가늘게 흔들거리는 그 꼬리를 보면서 잠시 눈 앞에 닥친 절대절명의 위험을 깜박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
담비라는 동물은 예로부터 ‘호랑이 잡는 담비’라고 불리울 정도로 날랜 동물이다. 덩치는 다 큰 고양이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원래 공격적 성향이 강하고 여러 마리가 함께 사냥을 하기 때문에 숲 속에 사는 많은 종류의 크고 작은 동물들에게 무서운 사냥꾼이 된다. 대형 맹수류가 거의 사라진 지금 우리의 숲 속 생태계에서 아마 담비는 아주 중요한 포식자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근래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너구리, 청설모들은 담비에게 아주 좋은 먹이감이다. 담비는 이밖에도 다양한 먹이를 즐겨, 산 속에 열리는 작은 생감을 따먹는 것도 좋아한다.
담비가 무서워할 만한 천적은 이 땅에 별로 없다. 스라소니 같이 매서운 녀석이 있다면 서로 피하며 살아가면 그만이다. 행동은 매우 날렵해서 큰 나무와 나무 사이를 쉽게 뛰어다니고 큰 바위가 많은 절벽도 아주 가볍게 올라간다. 먹이감을 찾아 숲 속 어디든 자유자재로 오가다 고목의 구멍이나 큰 바위 틈새 같은 곳에서 간단히 잠을 청하는 완전한 야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예전에 이 동물은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남부 지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해 왔다. 그러나 과거에 많은 산이 민둥산으로 변하던 시절에 이들의 서식지는 크게 위협을 받게 되었고, 점점 우리의 자연환경이 바뀌어감에 따라 이제는 쉽게 보지 못하는 동물이 되어 버렸다.
숲이라는 곳은 원래 다양한 야생동물이 어울려 살아가던 천연의 공간이다. 만약 그 속에 살던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어딘가 잘못된 일이다. 자연이란 서로 먹고 먹히며 유구한 세월을 함께 흘러나가는 하나의 놀라운 유기체이다. 그 자연 속에서 담비와 같이 오래된 우리의 생물종들이 보다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해 본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hansy@wildlif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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