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가장 큰 길, 광화문 세종로에 올 상반기 새 가로등이 들어섰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넓은 길이니만큼 가로등도 아주 키가 큽니다.
이 새 가로등은 공식적으로는 5월1일자로 들어선 것입니다.
스테인레스 재질을 강조해 다른 가로등보다 훨씬 반짝거리지요.
철강협회(?)에서 기증한 것이어서 더욱 `쇠'란 점을 내세운듯 합니다.
이 가로등은 광화문부터 남대문 삼성생명앞까지 쭉 줄지어 있습니다.
모든 건축적 구조물은 어떤 장소에 놓이느냐, 곧 `장소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가로등은 다른 곳이 아닌 `광화문 네거리'에 놓였다는 점에서 다른 가로등보다는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닐겁니다.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이니, 이 가로등도 저절로 `국가대표 가로등'의 이미지로 내외국인들에게 비춰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가로등은 무척 아쉽습니다.
무엇보다도 연두색과 노란색이란 두가지 색깔이 주조를 이루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 두가지 색상이 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이 두 가지 색상은 서울 시내 곳곳의 스트리트 퍼니처에 집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가로등의 연두와 노랑은 파스텔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파스텔조 색상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쓰던 색상이 아니었습니다.
파스텔 색상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주로 파스텔 색상을 건물에 썼는데. 이게 널리 퍼져나간 것이지요.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 아파트들의 색깔을 보면 파스텔조가 압도적입니다. 바로 이 캘리포니아풍(風)을 좇아 쓰이게 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파스텔조의 색상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어울릴지 몰라도, 파란 가을하늘과 초록 가로수 잎들이 선명한 한국의 거리에 잘 어울릴지는 장담 못한다는 점입니다.
꼭 강렬한 전통색을 가로등에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 중요 기물에 들어가는 색깔은 철저한 토론과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문제입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도 저는 이 가로등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가로등은 간단한만큼 더 디자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기물입니다.
치열한 고민끝에 새로운 디자인 양식으로 나온 모양이라기보다는 절충안 정도로 보이는 탓입니다.
그 이전에 설치된 세종로 중앙분리대의 가로등(이순신 장군 뒤로 이어지는)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사진 참조)
특히 이 가로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철강협회라는 민간단체에서 기부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시의 입장에서는 시민 세금 덜 쓰고 스트리트 퍼니처를 갖추게 되어 좋은 일이겠지만,
이 장소가 장소인만큼 보다 철저하게 미학적 고려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한국의 간판 거리에는 챔피언급 가로등이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광화문 네거리에 한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걸작 가로등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모든 건축적 구조물은 어떤 장소에 놓이느냐, 곧 `장소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가로등은 다른 곳이 아닌 `광화문 네거리'에 놓였다는 점에서 다른 가로등보다는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닐겁니다.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이니, 이 가로등도 저절로 `국가대표 가로등'의 이미지로 내외국인들에게 비춰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가로등은 무척 아쉽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