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교와 함께 청계천의 주요 문화유적으로 꼽혔던 수표교 복원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제1분과위원회(위원장 주남철)는 2일 정례회의를 열어 현재 서울 중구 장충단공원 안에 있는 수표교를 원래 있었던 청계천에 이전 복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표교를 원래 위치로 이전할 경우 수표교 석재의 원형 훼손이 불가피해 현재 위치에 그대로 두는 것이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낫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10명의 위원 중 일부는 다소 훼손이 있더라도 원래 수표교터에 이전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 문화재청의 권고로 2010년까지 수표교 이전·복원 방침을 세우고 1년여 동안 기본설계 용역을 벌였다.
서울시는 시 문화재위원회의 의견과 기본설계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문화재청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가 재차 복원 권고를 하더라도 서울시가 이를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수표교는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탓에 최종 결정권은 서울시가 갖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다른 권고를 할 수 있고 시는 이를 검토하겠지만 시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표교 이전·복원이 물거품이 됨에 따라 청계천 문화유적 복원은 원 위치에서 150m나 이동해 복원된 광통교 하나로 그치게 됐다. 오간수문도 복원될 계획이었지만, 오간수문과 맞붙어 있었던 서울성곽이 언제 복원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청계천 문화유적의 원형 복원을 주장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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