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 지역 비무장지대(DMZ) 내부 모습. 환경부 제공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을 포함한 비무장지대(DMZ) 일원에 서식하는 야생 생물의 종수가 한반도 서식 생물의 20%, 국가 지정 멸종위기종의 4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걸쳐져 있는 디엠지 일대는 면적이 1557㎢로 전체 국토의 1.6%에 불과한 좁은 지역이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8일 1974년 이후 40여 년 동안 여러 기관에서 20여회에 걸쳐 진행한 생태조사 결과를 종합한 ‘디엠지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를 9일자로 발간했다고 밝혔다.
종합보고서를 보면, 디엠지 일원에는 멸종위기종 91종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기록된 식물,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육상곤충, 담수어류, 저서무척추동물 등 7개 분야 4873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생물종 수는 한반도에서 확인된 생물종 2만4325종의 20%에 해당한다. 디엠지 일원에서 서식하는 생물종을 분류군별로 보면 식물 1854종, 포유류 43종, 조류 266종, 양서파충류 34종, 육상곤충 2189종, 담수어류 136종, 저서무척추동물 351종 등이다.
멸종위기종은 산양,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수달, 붉은박쥐 ,흑고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수원청개구리, 흰수마자 등 1급 16종과 2급 75종이 관찰됐다. 모두 합하면 전체 멸종위기종 222종의 41%에 이른다. 이들 멸종위기종 가운데 사향노루와 두루미는 남한에는 디엠지 일대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디엠지 일원에 서식하는 생물종이 풍부한 것은 그 동안 군사시설 보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야생 동식물에게 안정적인 서식 공간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디엠지 일원에서 진행된 기존 생태조사가 지뢰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제한된 경로를 따라가며 이뤄진 한계가 있어, 앞으로 조사 지역이 확대될 경우 더욱 많은 생물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부는 이미 디엠지를 국토의 4대 핵심 생태축으로 설정하고, 체계적 보전을 위한 생태계 조사, 외래식물 제거, 훼손지 복원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종원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디엠지 일원의 생물종 현황의 데이터베이스(DB)를 보다 정밀하게 구축해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에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비무장지대 주변에 설치된 무인카메라가 야간에 포착한 멸종위기종 1급 사향노루 환경부 제공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겨울을 나는 멸종위기종 1급 두루미들 환경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