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 ‘살아있는 진화’ 갈라파고스를 가다
왈테르 부스토스 국립공원 관리소장 인터뷰
왈테르 부스토스 국립공원 관리소장 인터뷰
“갈라파고스의 관광산업은 섬 생태계의 수용 능력에 비춰 볼 때 성장의 한계에 근접했습니다.”
왈테르 부스토스(사진)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소장의 말에는 공원 보전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그 비용을 대부분 관광객에게 기대고 있는 공원 당국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갈라파고스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도 그렇지 않으냐”고 그는 얼른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갈라파고스는 면적의 97%가 국립공원이다. 최근엔 해양보호구역을 잇달아 지정했다. 어민 반발은 없나?
“전통어업만 허용해 2500명이던 어민 수가 500명으로 줄었다. 보호구역 안에서 독점적으로 어획하는 혜택을 누린다. 스스로 ‘보전 어민’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한다. 집안이 대대로 어민이어야 보전 어민이 될 수 있다. 어민에게 최고의 보상은 보전이다.”
-가장 우선적인 보전 정책을 꼽는다면?
“외래종 대책이다. 엄격하게 검역을 하는데도 해마다 침입종이 들어오고 있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염소, 쥐, 개, 고양이 등의 퇴치를 시도했는데 섬의 면적이 넓고 자원이 부족해 기대만큼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에스파뇰라 섬에서 처음으로 외래종 없는 섬을 선포했는데, 쥐 등의 퇴치 작업에 20년이 걸렸다.”
-공원 관리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나?
“국립공원 기본 운영비는 행정·인건비 포함해 연간 1500만달러 수준이다. 레인저 등 직원이 350명에 이르고 선박 유지·관리 등 돈이 많이 든다. 거북 관리에만 90만달러가 든다. 예산조달에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관광객이 내는 입장료이다.”
-보전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관광객이 늘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관광 증가를 억제하려면 (외국인 1인당 100달러씩 받는) 입장료를 올릴 필요가 있다. 관광객은 매년 7%씩 느는데, 입장료는 18년째 동결돼 있다. 아직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정상은 아니다. 빠른 관광에서 느린 관광으로 달라져야 한다.”
-관광객 구성은?
“아무래도 에콰도르인이 가장 많고, 이어 미국과 유럽 관광객 차례다. 아시아에선 일본인이 많고 이어 중국인과 한국인도 보인다. 지난해 한국에서 온 관광객은 800명이었다.”
-한국인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과 일본 관광객은 행동 바르고 규칙 잘 지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받을 만하다. 청정에너지 공급 등 한국과 에콰도르의 협력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학생이라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보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길도 열려 있다.”
산타크루스(갈라파고스)/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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