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호종이자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 암컷이 땅 위에 올라와 있다. 서울 종로구 백사실 계곡 도롱뇽 서식환경을 연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가 3월5일 경칩에 촬영했다. 박찬열 박사 제공
서울시 보호종이자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의 도심권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겨울철 강수량이 많을수록 알 낳는 시기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층이 많은 도시에서 생물이 살아가려면 물을 머금은 ‘촉촉한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실 박찬열 박사는 2011년, 2014년부터 올해까지 5개년에 서울시 종로구 백사실 계곡에서 도롱뇽 번식 생태를 조사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전년도 11월~2월까지 강수량이 많을수록 산란 일이 빨라졌다. 또 1~2월 중 하루 평균 기온이 7도 이상으로 따뜻한 날이 많은 것도 산란 일을 앞당기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2월20일로 가장 일찍 알을 낳았던 2016년은 강수량이 182.3㎜, 하루 평균 기온이 7도 이상으로 따뜻한 날도 사흘이었다. 반면 3월5일로 가장 늦게 알을 낳았던 2011년에는 강수량이 65㎜에 그치고 하루 평균 기온이 7도 이상인 날이 하루도 없었다.
겨울잠에서 깬 도롱뇽 수컷이 지난 2월17일 서울 종로구 백사실 계곡에서 헤엄치고 있다. 수컷은 등이 검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2월20일과 2월22일에 알을 낳은 2014년과 2015년은 강수량은 100㎜와 93㎜로 양이 많지 않았지만 7도 이상인 날이 이틀과 하루씩이었다. 따뜻한 기온이 산란 일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2월24일에 산란을 시작한 올해는 강수량이 103.1㎜로 2014년과 유사했지만, 하루 평균 기온이 7도 이상인 날은 하루도 없었다.
박 박사는 “도시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도시에서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데 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겨울~초봄 백사실 계곡의 물이 부족하면 도롱뇽 서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25일 도롱뇽 수컷이 알을 방어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북한산, 관악산, 남산 등 서울의 산속에도 도롱뇽이 살고 있지만 도심에는 종로구 백사실과 인왕산 수성동 계곡이 유일하다. 2009년 11월 서울시는 백사실 계곡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시설물 설치공사나 농약사용 금지 등을 정해 관리해왔다. 하지만 등산객, 주민의 농사 활동 등으로 지압이 올라가고 계곡의 양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많다.
도롱뇽 서식지로서 백사실 계곡을 보호하자고 주장해 온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인왕산 수성동 계곡 일대(종로구 누상동 산)를 서울 시내 두 번째 도롱뇽 서식지 보호구역으로 자체 지정했다. 이곳은 서울시가 2015년에 조성한 소규모생물서식공간이기도 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지난 2월17일 도롱뇽 암컷이 헤엄치고 있다. 암컷은 등이 갈색이고 점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