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멸종위기동식물] 곤충 ①꼬마잠자리

등록 2005-11-15 18:32수정 2005-11-22 17:17

500원짜리 동전보다 작아요-곤충 꼬마잠자리
500원짜리 동전보다 작아요-곤충 꼬마잠자리
500원짜리 동전보다 작아요

꼬마잠자리는 잠자리 무리 중에서도 아주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나 작은가 하면, 몸은 1m 정도이고 날개를 편 길이도 20mm 정도이다. 500원 짜리 동전이면 날개를 접은 상태의 잠자리를 완전히 가릴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들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럽다할 정도다.

꼬마잠자리는 작지만 화려한 몸 빛깔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암수의 색깔이 뚜렷이 다르다. 수컷의 경우는 눈 주변과 몸체 전체가 선홍색을 띠어 고추잠자리의 축소판 같은 반면에, 암컷은 배에 갈색바탕에 미색과 검은색 가로줄 무늬가 함께 있어 알록달록하다.

우리나라에서 이 잠자리가 처음 알려진 곳은 1957년 속리산 법주사이다. 당시 고려대 김창환 교수가 야외조사를 하면서 우연히 수컷 한 마리를 채집했다. 보통종이 아닐 것이라 직감했다고 한다. 연구실로 가져와 문헌을 조사하면서 난노피아 피그마에아(Nannophya pygimaea)란 학명을 가진 종임을 밝혔다.

첫 발견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발견되지 않아 꼬마잠자리는 매우 희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또한 남방계 종으로 우리나라가 일본과 더불어 동북쪽 분포의 한계선이 되므로 집단도 드물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들의 진짜 삶터를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곳에서 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들이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삶터는 습지였다. 이들은 특히 물이 많이 고인 둠벙 같은 곳보다는 질척거리면서 쑥쑥 빠지는 늪지화 된 곳을 좋아한다. 따라서 꼬마잠자리는 산지의 습지를 근거지로 삼아 지냈고, 삶터 주변에서만 영역을 지어 사는 경향이 있어서 그동안 쉽게 발견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최근 여러 곳에서 새로운 삶터들이 발견되고 있다. 올해만도 전남 강진과 거창 그리고 경남 산청과 양산 등지에서 삶터가 추가됐다. 이런 기록들을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들게 된다. ‘멸종위기종이라면서 이렇게 많이 살다니! 그러면 지정이 잘못된게 아닌가?’하는 생각 말이다.

집중조사를 해 보아야 하겠지만, 이들의 서식지 증가는 놀리거나 버려진 논과 관계가 깊을 것으로 생각된다. 농업정책이 변화하고 농촌의 현실이 나빠지면서 짓기 힘든 산간 논이 늪지화 되고, 꼬마잠자리의 삶터 수가 느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황폐화된 논은 습지를 거쳐 머지않아 곧 맨땅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그러면 꼬마잠자리의 서식지도 자연스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꼬마잠자리의 정보가 가장 잘 알려진 일본에서는 이들의 서식지가 200곳 이상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절멸된 곳이 20곳이 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10여곳이 넘는단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밀스러운 이들의 삶터가 이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들의 삶터는 개발사업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넓고 편평한 습지는 그만큼 우리를 개발의 유혹에 빠지게 한다. 바로 이런 환경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꼬마잠자리의 운명은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꼬마잠자리의 삶터가 갑자기 늘어났다고 시비 말고, 습지의 깃대종으로서 이제라도 부지런히 이들의 새로운 삶터를 찾아내고 지도를 만들어 무리의 동태를 주시해야 할 때이다. 꼬마잠자리의 건강성이 바로 우리 습지의 현황과 상태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