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폐기물 수송차량으로 반입된 폐기물을 매립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381만㎡ 면적의 제2매립장은 2019년 말까지 발생하는 침출수를 다시 매립장에 주입해 순환시키는 ‘바이오리액터’ 공법을 적용한 무방류 매립장으로 바뀌게 된다.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몇 가지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갯벌을 간척해 만든 매립지 총면적은 1667만㎡로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약 6배에 이른다. 매립지가 커서 매립된 쓰레기도 많다 보니 그 안에 설치된 매립가스 이용 발전시설 규모도 50㎿로 세계 최대다. 이런 세계기록에 앞으로 2년 반이 지나면 새 기록이 하나 추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 첫 ‘무방류 매립지’라는 기록이다.
수도권매립지에는 매일 평균 1만5천t가량의 생활·건설·사업장 폐기물, 하수처리장 슬러지, 음식물 재활용 시설에서 나온 음폐수 등이 실려 온다. 이런 폐기물은 대부분 매립돼 서서히 분해되고, 하수슬러지는 건조되거나 고화 처리를 거쳐 연료나 쓰레기를 덮는 복토재로 재활용된다. 음폐수는 바이오가스화시설에 투입돼 바이오가스의 원료가 된다.
땅속에 묻혀 썩어가는 폐기물에서는 매립가스와 침출수가 나온다. 메탄이 주성분인 매립가스는 대부분 포집된 뒤 발전 연료로 사용된다. 일반 하수보다 오염도가 높은 침출수는 하수슬러지 처리시설과 음폐수 처리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함께 침출수처리장에서 처리된다. 수도권매립지 침출수처리장에서는 지난해 매일 평균 4600t가량의 최종 처리수가 나왔다. 이 가운데 1000t가량은 매립지 내 조경·청소용수로 사용됐지만, 나머지 3600t가량은 아라뱃길을 통해 서해로 방류됐다.
방류되는 침출수 최종 처리수는 매립지 밖에서는 또다른 오염원으로 간주되고 있다. 조경·청소용 최종 처리수보다는 정화 단계가 짧아 염분과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 함유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 법원에서도 수도권매립지 최종처리수 방류 탓에 어업 활동에 피해를 봤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인정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2015년 이후 1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상태다. 악취와 마찬가지로 침출수도 밖으로는 내보내지 말라는 것이 매립지 외부의 요구인 셈이다.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을 대상으로 ‘바이오리액터’ 공법을 적용해 기본설계까지 완료된 ‘침출수 매립시설 환원 정화설비 사업’은 이런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바이오리액터는 생물의 체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도록 설계된 ‘생물반응기’로,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이 공법은 매립장에 수분을 보충해 유기물이 덜 잘 분해되게 만들어 매립지를 빨리 안정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폐기물 처리에서 바이오리액터 공법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적용은 수도권매립지가 처음이라는 것이 수도권매립지 쪽의 설명이다. 원종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수처리처장은 “외국 사례를 조사해본 결과, 미국 환경청이 바이오리액터에 대한 개념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세부적 설치·관리기준까지 법제화하고 시설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쓰레기의 매립 처리는 매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4개 매립장으로 구분된 수도권매립지 가운데 2000년 10월까지 6500만㎥의 폐기물이 매립된 76만평 규모의 제1매립장에는 매립 종료 뒤 20년간의 법정 사후관리기간이 설정돼 있다. 총 매립계획량 8037만t의 95.9%까지 매립이 진행된 제2매립장의 법정 사후관리기간은 30년이다. 매립된 쓰레기 속의 유기물이 충분히 분해돼 지반이 안정화되는 데 필요하다고 본 최소한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 기간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매립장 내부가 건조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립지관리공사가 최근 측정한 제2매립장의 평균 함수율은 28%다. 매립된 쓰레기가 가장 잘 분해될 수 있는 적정 함수율 40%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상태에서는 실제 사후 관리를 해줘야 하는 기간이 최대 50년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공사 쪽의 예상이다. 사후관리기간 증가는 공사에는 관리비용 증가를, 주변 지역에는 매립장의 부정적 환경 영향이 연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매립지의 바이오리액터는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를 모아 제2매립장 최상부 지하 1.5~2m 깊이에 수평으로 매설할 파이프를 통해 매립장에 골고루 재투입하도록 설계됐다. 제2매립장의 3분의 1가량을 대상으로 한 이 사업의 1단계는 이미 기본설계가 끝났고, 사업비 622억원도 매립장 사후관리 사전적립금으로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다. 원 처장은 “2019년 말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매일 4600t의 침출수가 제2매립장 주입용과 매립가스발전소 냉각수 용도로 필요하게 돼, 현재 아라뱃길로 방류하는 침출수 처리수는 물론 내년 말부터 매립이 시작되는 제3매립장에서 나올 침출수도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이 완성되게 된다”고 말했다.
바이오리액터 공법은 저농도로 장기간 배출되는 매립가스를 단기간 집중적으로 발생하게 만들어 포집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에 따라 2028년이면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매립가스발전소의 가동기간도 10년 이상 연장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2013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진행한 실증연구 결과, 적정량의 침출수를 매립장에 재주입해 평균 35.1%인 함수율을 38.2%로 높이자, 매립가스 포집 효율이 36.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연구에서 매립장 표면 발산량은 53%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측정됐다.
2018년말까지 40MW 규모의 수상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될 수도권매립지 안 인공저류지 안암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안암호 수상과 제4매립장 예정지를 포함한 매립지 안 유휴부지에 375만㎡에 모두 250MW 용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에너지원인 매립가스 포집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적 수익 증대를, 매립장 표면 발산량 감소는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악취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매립장 속에 묻힌 폐기물의 분해를 촉진해 매립가스가 더 많이 발생하는데도 어떻게 밖으로 나오는 악취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을까? 원 처장은 “수분 주입으로 매립지 안에서 메탄생성균이 활성화되면서 냄새 물질인 황화수소의 발생량이 줄고, 주입된 수분에 용해돼 고정되는데다 침출수 주입을 위해 매립장 상부 지하에 깔린 관이 매립가스 포집 기능도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진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바이오리액터 적용을 통한 무방류 매립장 시스템 구축은 경제적 효과도 크지만 무엇보다 지역에 줄 수 있는 환경적 편익이 커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또 첫 시도인 만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외국 폐기물 관리 정책담당자들의 관심이 높아 향후 국외 환경시장 진출도 기대봄 직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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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폐자원에너지타운에 지난해 8월말 준공돼 가동되고 있는 음폐수 바이오가스화시설의 모습. 이 시설에서는 수도권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에서 나온 음폐수로 하루 약 2만5000㎥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인접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에 건조용 연료로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