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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사람이 사는 목표가 사람답게 먹고 사는것

등록 2005-02-01 16:15수정 2005-02-01 16:15

사람들은 알면서도…

점심상을 차려 놓고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아! 그런데 이 나눔이 언제부턴가 전쟁이 되었다.

예술도 산업이고, 교육도 산업이고, 농업도 산업인 세상에서 내가 산 어떤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려는 광고전략인듯 포장지에 써진 생산지 어디, 생산자 아무개의 이름 밖에는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또 우리는 그것의 가치를 그냥 ‘채소 한 봉지 천 원짜리 상품’으로 밖에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안에 흙의 에너지가 있고 물이 있고 생명이 있음을 느낄 수는 없다.

좋은 상품이라는 기준에 생산자의 정성과 땀과 양심은 측정되지 않는다. 다만 누가 더 싼 물건을 단 시일 내에 돈 조금 들이고 생산해서 좀 더 빠른 통로를 통해서 많이 파느냐에 의해 우리 밥상과 나아가 삶이 결정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음식파동이 휩쓸고 지나 갈 때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옛날 어른들은 누군가 잘못을 했을 때 두둔하면서 “먹고 살기위해서 그랬다”거나 “다 잘 먹고 잘 살려다 그랬다”라고 하시곤 했다. 이 말이 참 정답이다. 사람이 사는 목표가 한마디로 말하면 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숨만 쉬고라도 누워서 오래 사는 것 아니라 인간답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작년 봄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옆집 아저씨는 콩을 심었는데 산비둘기가 다 파먹어 버렸다고 다시 심을 콩을 농약에 담그고 있었다. 싹을 내어 옮겨 심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고라니가 싹을 다 먹어 버린단다. 세알을 심어서 하늘과 땅과 사람이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옛날 말이 되어 버렸다. 자연계에서도 네가 세알 다 먹든지 내가 다 먹든지다. 이것도 소리 없는 전쟁이 아닌가?

이 책임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잘못된 태도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 꽤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이 환경 파괴와 오염, 먹을거리의 문제점들을 얘기해 왔지만 아직 사람들은 쉽게 그 길을 돌아서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래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이라고 변명한다. 이젠 환경단체나 생협 등을 넘어서 적어도 사람의 삶의 기본을 결정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것만은 눈에 보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 가치를 새로 정할 수 있는, 서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서로가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틀이 많이많이 만들어져야한다.


월남전의 고엽제 피해는 얘기하면서도 지금 농촌에서 거의 모든 작물에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제초제의 피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통해서 그 피해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캡슐화된 사회의 편리함을 얻고자 헐값에 팔아넘겼던 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잘 먹고 잘 살려는 인생 최고의 목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글 오진희/동화작가, 삽화 신영식/환경만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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