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뿔소똥구리
여보, ‘똥 경단’으로 예쁜 아이방 꾸밉시다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곤충들 가운데는 2종이 대형 동물의 배설물인 똥과 관련되어 있다. ‘애기뿔소똥구리’와 ‘소똥구리’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소와 말의 배설물을 좋아한다. ‘똥!’하면 더러운 생각이 들지 모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직 소화되지 않은 영양분이 많아서, 이들과 같이 몸이 작은 곤충에게는 좋은 식량인 동시에 삶터가 된다. 이들이 똥을 먹어 분해시키는 것은 또한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산업화 과정에서 우마차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도처에 널려있던 소나 말의 똥이 사라졌다. 또한 농촌에서도 노동력을 제공하던 소의 역할을 축소되고, 고기용이나 우유 생산용으로만 집단 사육된다. 즉 자연의 풀들을 뜯어먹고, 이곳 저곳에 신선한 똥을 남겨주던 환경은 매우 드물어졌다.
대신에 거대한 목축 우리 속에서 집단으로 사료를 먹고, 그 안에서 배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설혹 야외에 나가 똥을 누더라도 구충제가 든 사료를 먹은 소의 배설물은 민감한 소똥구리들이 2세를 만드는데 장애로 작용하기도 했다. 30년 남짓 이같은 변화로 인해 몇 종의 소똥구리들은 소문도 없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었다.
예전을 회상하면, 70년대 초반 초등학교 뒷산에 우마차 길이 있었다. 싸놓은 지 얼마 안 된 말똥에서 경단을 만들고 소똥구리가 굴려가곤 했다. 그 때는 소똥을 굴려 가면 소똥구리, 말똥을 굴려 가면 말똥구리라 했다. 모두 같은 종인데 말이다. 그렇게 흔했던 소똥구리는 현재 남한에서 20여 년간 어디서도 확인된 적이 없다. 간혹 언론에 소똥구리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지만, 모두 다른 종을 혼동한 것일 뿐이다.
이에 비해 애기뿔소똥구리는 조금 다행이다. 아직도 소를 방목하는 곳에 가면 그 수는 줄었지만, 드물게 만나볼 기회를 주니까 말이다. 그래서 더 늦어 소똥구리처럼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부가 살아남은 분식성 곤충의 대표로서 보호대상종으로 올려놓게 된 것이다.
애기뿔소똥구리의 습성은 재미가 있다. 이들은 암수가 짝짓기를 한 뒤에 함께 둥지를 만들고 새끼들의 방을 돌본다. 먼저 짝짓기를 한 뒤에 수컷은 똥 더미 아래로 깊게 굴을 만든다. 그리고는 똥 더미에서 똥을 소시지 모양으로 잘라내고 굴 속에 있는 암컷에게 운반해 준다. 암컷은 소시지 모양의 똥을 여러 등분으로 나눈 후, 각각을 다지고 다듬어 경단처럼 빚어낸다.
마침내 만들어진 똥 경단의 한쪽 끝을 우묵하게 하여 그 속에 알을 낳는다. 경단은 깨어날 애벌레의 캡슐형 집인 동시에 음식 창고가 된다. 경단 속에서 애벌레와 번데기 생활을 거쳐 두 달 정도면 어른벌레가 된다. 그동안 어미는 한 배의 경단들을 돌본다. 아쉬운 것은 이 같은 행동이 땅 속에서 이루어져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아프리카로부터 수십 종의 소똥구리들을 도입하고 사육하여 목초지에서 살게 했다. 목초지의 해충인 파리의 발생을 억제하고, 가축 똥으로 인해 목초의 질이 떨어지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연의 풀을 먹고 자라는 건강한 소를 길러내게 된다.
우리의 일부 지자체에서도 뿔소똥구리류를 사육하여 방목장에서 소와 함께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청정 육우로 높은 값을 받고자 함이다. 소들과 애기뿔소똥구리가 함께 하는 건강한 환경이 늘어나서 이 종이 빨리 멸종위기종으로부터 해제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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