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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반갑다, 섬진강 연어야

등록 2005-11-22 19:44수정 2005-11-22 19:44

경남 하동, 전남 구례 등지 섬진강 하류에 3~4년 동안 북태평양 여행을 마친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떼지어 돌아오고 있다. 수중사진가 신승구씨 제공
경남 하동, 전남 구례 등지 섬진강 하류에 3~4년 동안 북태평양 여행을 마친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떼지어 돌아오고 있다. 수중사진가 신승구씨 제공
남해안 하천에도 연어떼가 푸드덕…

“반갑다, 섬진강 연어야!”

지난 주말인 19일 오전 11시30분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섬진강 하류. 강물을 가로질러 설치한 세모꼴 그물 울타리가 눈부신 가을 햇살을 맞으며 연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이 300m, 높이 1.인 이 그물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잡기 위해 강변에서 중심 쪽으로 좁아지다가 끝 부분에 세모꼴 통발을 만들어 놓은 형태였다.

1998년부터 해마다 새끼 풀어줘…2001년 18마리 첫 귀환
2005년은 300마리 기대…11월초엔 탐진강에도 한마리 잡혀

모래톱을 지나 통발 옆 가둠망에 다가가자 등지느러미를 물 밖에 내밀고 있던 연어 20여마리가 놀라 퍼덕거리며 이리저리 물살을 힘차게 갈랐다. 너더댓새 간격으로 이뤄지는 채란과 수정을 위해 암컷과 수컷을 따로 가둬둔 연어들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19일 올 들어 처음으로 연어가 나타난 뒤 한 달 만에 수컷 115마리, 암컷 88마리 등 모두 203마리가 잡혔다. 전남도 내수면시험장과 섬진강 어족보존회는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300마리 정도를 잡아 알 20만개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앞 섬진강에 연어잡이용 그물을 쳐놓았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앞 섬진강에 연어잡이용 그물을 쳐놓았다.



남해안으로 흘러드는 섬진강에서 모천 회귀 어종인 연어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민간단체의 관심과 꾸준한 수질정책의 진전 덕분이었다. 연어사랑모임·어족보존회·전남도 등은 1998~2005년 섬진강에 길이 6~7㎝짜리 연어 새끼 388만마리를 놓아주었다. 섬진강에도 옛날에는 연어가 잡혔다는 어류학자 정문기씨의 <어류도감> 고증과 하동·구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마다 30만~60만마리를 풀어주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또 인근 시·군 7곳이 섬진강을 지키는 조례로 수질 보전을 뒷받침했다.

연어는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3년 동안 머나먼 북태평양 여행을 마친 뒤 알록달록한 혼인색을 띠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태껏 동해안 하천에만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던 속설을 뒤집은 반가운 귀향이었다. 그물을 설치한 2001년 18마리가 돌아오자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돌아오는 연어는 2002년 97마리, 2003년 76마리, 2004년 163마리로 점차 늘었다.

전남도 내수면시험장 오영남(50) 연구사는 “섬진강에서 잡히는 연어는 길이 70㎝ 안팎, 무게 3.0~3.5㎏으로 다른 곳에 견주어 몸집이 크다”며 “이는 3~6월 바다로 떠나기 전에 강에서 지내면서 활발한 먹이활동을 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수중사진가 신승구씨가 섬진강에서 잡은 연어를 들고 있다.
수중사진가 신승구씨가 섬진강에서 잡은 연어를 들고 있다.
구례 주민인 장용옥(53·섬진강 어족보존회장)씨는 “해마다 1000만마리를 풀어주고 15만마리가 돌아오면 섬진강이 연어의 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회귀율을 높이려면 강물뿐 아니라 사천·남해·광양 등지 바다의 보호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해안 강진만으로 흘러드는 탐진강에서도 연어가 잡혀 연어 회귀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9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 목리교 아래 탐진강 하류에서 어민 방아무개씨가 길이 60㎝, 무게 3.2㎏짜리 연어 암컷 한 마리를 그물로 잡아올렸다. 이곳 주민들은 2002~2005년 4년 동안 해마다 10만마리씩 모두 40만마리의 연어새끼를 풀어준 뒤 연어의 귀향을 고대해 왔다.

하동/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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