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전남 구례 등지 섬진강 하류에 3~4년 동안 북태평양 여행을 마친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떼지어 돌아오고 있다. 수중사진가 신승구씨 제공
남해안 하천에도 연어떼가 푸드덕…
“반갑다, 섬진강 연어야!” 지난 주말인 19일 오전 11시30분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섬진강 하류. 강물을 가로질러 설치한 세모꼴 그물 울타리가 눈부신 가을 햇살을 맞으며 연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이 300m, 높이 1.인 이 그물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잡기 위해 강변에서 중심 쪽으로 좁아지다가 끝 부분에 세모꼴 통발을 만들어 놓은 형태였다. 1998년부터 해마다 새끼 풀어줘…2001년 18마리 첫 귀환
2005년은 300마리 기대…11월초엔 탐진강에도 한마리 잡혀 모래톱을 지나 통발 옆 가둠망에 다가가자 등지느러미를 물 밖에 내밀고 있던 연어 20여마리가 놀라 퍼덕거리며 이리저리 물살을 힘차게 갈랐다. 너더댓새 간격으로 이뤄지는 채란과 수정을 위해 암컷과 수컷을 따로 가둬둔 연어들이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19일 올 들어 처음으로 연어가 나타난 뒤 한 달 만에 수컷 115마리, 암컷 88마리 등 모두 203마리가 잡혔다. 전남도 내수면시험장과 섬진강 어족보존회는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300마리 정도를 잡아 알 20만개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앞 섬진강에 연어잡이용 그물을 쳐놓았다.
남해안으로 흘러드는 섬진강에서 모천 회귀 어종인 연어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민간단체의 관심과 꾸준한 수질정책의 진전 덕분이었다. 연어사랑모임·어족보존회·전남도 등은 1998~2005년 섬진강에 길이 6~7㎝짜리 연어 새끼 388만마리를 놓아주었다. 섬진강에도 옛날에는 연어가 잡혔다는 어류학자 정문기씨의 <어류도감> 고증과 하동·구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마다 30만~60만마리를 풀어주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또 인근 시·군 7곳이 섬진강을 지키는 조례로 수질 보전을 뒷받침했다. 연어는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3년 동안 머나먼 북태평양 여행을 마친 뒤 알록달록한 혼인색을 띠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태껏 동해안 하천에만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던 속설을 뒤집은 반가운 귀향이었다. 그물을 설치한 2001년 18마리가 돌아오자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돌아오는 연어는 2002년 97마리, 2003년 76마리, 2004년 163마리로 점차 늘었다. 전남도 내수면시험장 오영남(50) 연구사는 “섬진강에서 잡히는 연어는 길이 70㎝ 안팎, 무게 3.0~3.5㎏으로 다른 곳에 견주어 몸집이 크다”며 “이는 3~6월 바다로 떠나기 전에 강에서 지내면서 활발한 먹이활동을 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수중사진가 신승구씨가 섬진강에서 잡은 연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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