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주변 퇴적토에서 중금속인 비소(As)를 산화시켜 독성을 낮춰주는 신종 미생물 7종이 발견됐다. 비소 산화능력이 발달된 이 신종 미생물들은 석포제련소 주변 중금속 오염의 살아있는 증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지난 3월부터 9개월 동안 경북 봉화군 낙동강 상류에서 비소를 산화시킬 수 있는 카에니모나스 속 균주 등 33종의 미생물을 찾아 유전자 분석과 비소 산화능력 실험을 실시해, 비소 산화능력이 뛰어난 신종 미생물 7종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카에니모나스 속 균주 SPR-03, 보세아 속 균주 SPR-06와 SPR-10, 로도슈도모나스 속 균주 SPR-07, 스핑고픽시스 속 균주 SPR-14, 폴라로모나스 속 균주 SPR-19, 마이코박테리움 속 균주 SPR-20으로 잠정 명명됐다. SPR은 석포제련소(Seokpo Refinery)의 약자로 이들이 발견된 지역을 의미하고, 뒤의 일련번호는 연구진이 발견 순서에 따라 임의로 붙인 것이다.
비소는 간, 신장 등에 암을 유발하는 중금속으로 크게 3가 비소(As3+)와 5가 비소(As5+)로 나뉘는데, 3가 비소가 5가 비소에 비해 독성이 6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원관 연구진이 1㎖ 당 1천만 마리의 농도로 맞춘 신종 미생물 7종을 325ppm 농도의 3가 비소에 넣고 72시간 동안 비소 산화능력을 실험해 본 결과, 산화 능력이 가장 뛰어난 SPR-07은 325ppm 농도의 3가 비소를 72시간에 걸쳐 128ppm 농도의 5가 비소로 산화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산화능력은 대만의 비소 오염 토양에서 분리돼 2014년 3월 환경 독성물질 저감 기술을 다루는 국제전문학술지인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Journal of Hazardous Material)’에 보고된 슈도모나스 속 균주 ARS1에 비해 530배 강력한 것이다. 자원관 연구진은 금속 폐광산과 제련소가 있는 봉화군 석포 지역에 중금속 정화 능력이 뛰어난 미생물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서 석포제련소 주변에서 이들을 찾아냈다. 최경민 낙동강생물자원관 자원활용기반연구부장은 “이들 미생물들의 뛰어난 비소 산화능력은 주변 토양 오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달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이번에 발견된 미생물들은 향후 중금속 오염 토양의 독성 저감용 미생물 제제 실증화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친환경적으로 오염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환경 속에 자생하는 미생물들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유용 미생물을 분리해 오염지역에 적용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약 2천여 곳의 폐금속 광산과 제련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활동에 의해 많은 지역이 중금속에 의해 오염돼 있으나 자생 미생물을 환경 정화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미흡한 상태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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