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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동식물] 곤충 ③물장군

등록 2005-11-29 20:08수정 2005-11-30 13:58

물속에 사는 곤충 가운데 가장 큰 ‘폭군’ 물장군
물속에 사는 곤충 가운데 가장 큰 ‘폭군’ 물장군
물속에 사는 곤충 가운데 가장 큰 ‘폭군’

물 속에 사는 곤충으로는 물방개, 물땡땡이, 소금쟁이, 게아재비 등 여러 종류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몸집이 가장 큰 곤충은 단연 물장군이다. 우리들은 몸집이 큰 사람을 보면 장군감이라고 말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물장군 역시 몸 크기가 4.8~6.5cm로 물에 사는 곤충 중에서 장군감이다.

물장군은 물속의 폭군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침처럼 생긴 입으로 제 몸보다 큰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고 그들의 체액을 빨아먹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앞다리는 낫처럼 생겨 먹잇감을 찍고, 단단히 움켜잡을 수 있다. 물에 사는 곤충 중에서 가장 용맹할 뿐 아니라 포악하다고 할 수 있다.

물장군은 우리 조상들과도 친숙한 곤충이었다. 그 증거로서 다양한 지방 방언을 들 수 있다. 강원 지역에서는 ‘물장수’, 경북 일원에서는 ‘물짱구’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앞다리의 강한 포획력이 강조된 ‘물찍게’란 방언도 경남 합천에서 쓰인다. 또한 몸집이 크고 넓적하면서 앞다리가 마치 소의 강한 뿔을 연상시키는 탓에 ‘소’ 또는 ‘물소’란 이름도 전북 순창과 전남 남원 일대에서 각각 전해오고 있다. 같은 물장군이지만 지역마다 독특한 관점에서 그 특징을 보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천수답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논 가운데는 농수용 둠벙이 있고, 방죽과 같이 물이 항상 차있는 논이 있었다. 연중 물이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것은 물장군과 같이 고인 물에 사는 수서곤충들에게는 좋은 서식조건이었다.

어릴 적 농한기에 둠벙의 물을 퍼내고 물고기를 잡을 때면, 물장군이 달려 나와 이리저리 던져버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지정리가 잘 되었고, 일정한 시기에만 물이 인공수로를 통해 논으로 공급된다. 또한 수로가 없는 곳은 양수기를 이용하여 필요할 때만 물을 퍼 올려 쓴다. 그러다 보니 정체되거나 느린 흐름을 지닌 물을 삶터로 이용하던 물장군은 터전을 잃어버렸다. 그리고는 쫓기다 쫓기다 마침내는 법적인 보호종으로 지정될 만큼 이 땅의 농촌에서 보기 어려운 존재가 돼버렸다.

몇 년 전에 케도(KEDO)사업의 환경평가를 위해 북한에 다녀온 곤충학자가 있다. 그는 많은 양의 채집품을 가져왔는데, 그게 모두 밤에 불을 켜놓은 숙소로 날아온 물장군이었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매우 놀라 했다. 아직 북한에는 많은 물장군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최근 100여 곳 이상의 둠벙들을 조사했지만, 물장군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재래식의 농수로가 남아 있는 몇몇 곳에서, 그리고 일부 시골 마을의 가로등 아래서만 이들의 존재가 확인됐다. 그 흔하던 개체들이 이제는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물장군은 논 생태계를 중심으로 수로, 연못 등의 공간에서 상위 소비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개구리나 작은 물고기보다도 상위의 포식자이다. 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마치 땅위에서 포식성 동물들이 사라진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이런 현상은 농촌환경이 세월에 따라서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질적으로 떨어졌음을 반증한다. 다행한 것은 농촌 생태관광이나 체험마을이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물고기나 개구리들이 풍부한 둠벙과 농수로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위기에 처한 물장군이 자연스레 복원되었으면 한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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