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9일(현지시각) 케냐 와지르 아르가네 마을 주민 압둘라 무하메드(43)가 가뭄으로 물을 먹지 못해 죽어 마을 외곽에 버려진 소와 염소 시체 앞에 서있다. 학술지 <네이처>에 16일 실린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연적 요인과 인간의 물 이용 변화, 기후변화 등의 인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지구의 담수 분포에 ‘부익부빈익빈’ 형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와지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 사진으로 본 중앙아시아 아랄해의 1989년(왼쪽)과 2014년(오른쪽) 모습. 주변에서 흘러드는 강물이 유입량이 급감하면서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나사 제공
지난 200여 년 사이 지구는 인간에 의해 과거와 다른 지구가 됐다. 극지 상공의 오존층에는 인간이 배출한 화학물질로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인간이 창조한 플라스틱은 마치 지구에 원래부터 있던 구성 성분처럼 극지의 바닷물 속에서까지 발견된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은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70%나 끌어올려 기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에 의한 이런 변화 리스트에 지구의 담수 분포도 추가돼야 할 듯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연구팀은 14년 동안에 걸친 인공위성 관측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 담수의 분포에 거대한 재배치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위도의 건조한 지역에서는 물이 점차 줄어들어 점점 더 말라가고, 열대와 고위도 지역에서는 점점 더 물이 많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16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매트 로델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2002년 이후 14년 동안의 나사의 인공위성 관측 결과와 농업, 광업 등 인간의 물 이용, 강수, 지하수 자료 등을 바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남서부, 중국 북서부,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의 오카방고 델타 등 세계 34개 지역에서 담수의 변화를 추적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극지를 덮고 있는 얼음과 눈, 지하수, 호수와 강의 지표수, 토양과 대기 속 수분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담수는 지구 전체 물의 3%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인간이 물 없이 살기는 불가능해, 담수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느냐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부익부빈익빈’ 형태의 담수의 변화 추세는 자연적 요인 뿐 아니라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물 이용 변화 등 인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특히 관개농업 확대에 따른 물 이용 변화는 많은 지역에서 담수량을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북서부 신장 자치구 지역에서는 이번 세기 첫 10년 동안 매년 55억톤의 지표수가 사라지는 전례 없는 담수량 감소 현상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의 주 원인으로 자연적인 강수량 감소에 앞서 관개 농지의 물 사용량 증가와 지표수 증발을 지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에서 2002년부터 2016년 사이 매년 61억톤의 지하수가 감소한 것도 이 지역의 건조지대에서 관개농업을 하는 농지가 1987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중앙아시아의 아랄해와 카스피해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에도 지금까지 알려진 강수량 변화 같은 자연적 요인보다 주변 지역의 과도한 수자원 사용에 따른 강물 유입량 감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 논문의 공저자인 나사의 제이 파미글리에티 박사는 나사가 낸 연구 보도자료에서 “지구에서 고위도와 열대의 물기가 많은 지역은 점점 더 물기가 많아지고, 그 두 지역 사이의 건조한 지역은 점점 더 건조해지는 분명한 패턴이 보인다”며 “우리는 지금 중요한 수문학적 변화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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