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기 후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조건에 맞춰진 일본 스쿠바 인근의 벼 재배 실험 현장. 논 위에 설치한 두 줄의 플라스틱 파이프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농도를 568~590ppm로 유지시키고 있다. 현재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0ppm이다. 도시히로 하세가와 제공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갈수록 쌀 속에 함유된 영양소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쌀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권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해수면 상승과 극한기상 증가 등 전 세계에 공통적인 현상 이외에 영양 불균형까지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23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은 논문을 통해, 현재 속도로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될 경우 이번 세기 후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농도 조건에서 재배된 쌀 속의 비타민 비(B) 함유량은 현재 수준보다 최고 30.3% 낮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비타민 B는 인체가 몸 속에 들어온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돕는 미량 원소로 알려져 있다. 같은 조건으로 재배된 쌀은 단백질 함량도 평균 10.3% 낮았고, 철과 아연은 8%와 5.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 쌀 18종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568~590ppm으로 맞춘 중국과 일본의 논에서 직접 재배하는 현장 실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이산화탄소 이외의 다른 조건은 변화를 주기 않기 위해 연구팀은 밀폐된 온실 대신 논 위에 설치한 이산화탄소 공급용 플라스틱 파이프로 이산화탄소 농도만 유지시키는 개방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수확한 쌀과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정하지 않은 재배지에서 수확된 쌀을 비교했더니, 고농도 이산화탄소 조건에서 재배된 쌀 속의 비타민 B군 대부분의 함량이 크게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율은 비타민 B1 17.1%, B2 16.6%, B5 12.7%였고, B9는 30.3%나 됐다.
연구팀은 전 세계 인구 가운데 20억명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점을 바탕으로, 이런 영양 감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잠재 인구 수가 최소 1억3800만명에서 최대 14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미국 워싱턴대학의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연구 설명 자료에서 “쌀은 수천년 동안 아시아 지역 많은 사람들의 주식이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지금 빠르게 주식이 돼가고 있다”며 “쌀의 영양학적 질의 저하는 수백만명의 어머니와 어린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석연료 연소와 숲 파괴의 저평가된 위험”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