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여 있는 남태평양의 투발루.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거의 200여 국가가 2015년 파리에서 기후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서 산업혁명 이전보다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도 아래로 유지하되 1.5도를 넘지 않도록 모든 참여국이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총회에서 1.5도가 갖는 의미와 그 목표 달성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지난달에 미리 유출되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탄소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히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에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으리라 전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에 기반한 운송 부문 확대, 농업 관리의 개선과 산림 벌채 중단 등을 필요한 조치로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1.5도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우리 체온도 정상에서 1도를 넘으면 미열이 발생하고 1.5도를 넘으면 고열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도 마찬가지이다. 현재까지 이미 상승한 약 1도의 영향으로도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더위가 심해지고 기상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물 다양성 붕괴, 물 공급과 식량 생산의 불안정, 빈곤층의 취약성이 전 지구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물며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그 위기가 당연히 더욱 커질 것이다.
폭염 산업혁명 전보다 이미 5배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의 에리히 피셔가 2015년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연구에서 3년에 한 번 발생할 폭염이 오늘날 이미 5배나 증가했음을 밝혔다. 1.5도로 상승하면 다시 두 배로, 여기서 0.5도 더 상승하면 또다시 두 배가 되리라 예상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극심한 폭우 5건 가운데 1건은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를 지속해서 배출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의 과학자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1.5도와 2도의 기온 상승 차이로 인한 영향에 관해 2016년 지구시스템역학(Earth System Dynamics) 학회지에 발표하였다. 1.5도로 제한하면 여름에 북극 해빙이 없어지는 상황을 막고, 아마존 열대 우림을 보존하고,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 메탄이 방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기온이 2도 상승하면 일부 고위도 지역에서는 작물 수확량이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와 북부 중남미와 같은 열대 지역에서 옥수수와 밀의 수확량 감소가 1.5도 상승 때보다 2도 상승 때 2배나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호도 온난화에 민감하게 영향받는다. 산호는 물고기를 키우는 장소이므로 산호 붕괴는 어획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2도 상승하면 2050년경부터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산호가 백화현상으로 ‘심각한 소멸’의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1.5도 상승의 경우 2100년까지 그 소멸 비율이 7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시 말해 0.5도 낮아지면 산호초를 일부 살릴 수 있다.
해수면 고도는 2100년에 1.5도에서 40㎝, 2도에서 5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간이 길어질수록 0.5도 추가 상승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거대한 빙상은 기온 상승이 일어난 이후 수 세기가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녹기 때문이다.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인 기후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의 미힐쉐퍼는 2300년에 2도 상승한다면 해수면 고도를 2.7m, 1.5도 상승은 1.5m 높이리라 전망했다. 즉 0.5도를 낮추면 해수면 상승에 의한 침수로부터 많은 해안 지역과 섬을 구할 수 있다.
온난화에 따라 어느 정도 사막화되는지를 중국 남부과학기술대학 박창의 등이 2018년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2도 상승하는 경우 세계 육지의 20~30%가 사막이 되지만, 1.5도로 제한하면 그 지역의 3분의 2가 사막화를 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0.5도 기온이 낮다는 것은 덥고 건조하고 이에 따라 식량과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의 위험이 상당히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국가간 불평등 심화시켜
전 지구 기온 상승 0.5도의 작은 차이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위기는 주로 저위도 국가에 집중될 것이다. 곧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보다 피해가 더 크다. 미래의 기후 변화가 국가 간의 불평등을 증가시킨다는 얘기다.
거의 모든 기후학자가 수십년 전부터 의견 일치를 보이며 입증하고 있는 것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기온 상승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 역시 증명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2도 안정화’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새로운 기후 연구의 결과는 2도조차 ‘매우 위험한’ 목표이므로 1.5도로 안정화해야 극단적인 기후를 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10년마다 대략 0.2도씩 상승 중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서약한 온실가스 감축을 지킨다고 해도 2100년에 기온상승이 3.5도가 될 예정이다. 2도 안정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1.5도로 제한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0.5도 더 낮추려는 목표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조정의 필연성이 커질수록, 한편으로는 개선의 압박이 그만큼 강화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할 책임이 강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2018년은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를 알리는 시점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행위와 그 결과 간의 시간적 관계가 여러 세대에 걸칠 정도로 길고 또한 과학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이 관계를 우리가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문제를 간과하거나 그 문제를 극복하려는 진지한 시도를 후일로 미루기 쉽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의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실제로는 지속해서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의에서 신속한 실천이 강조될 것이다.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구호만 요란할 뿐 중국, 인도와 더불어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목표는 의도만을 반영했을 뿐 실제 해야 하는 일을 뒤로 미루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우리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거부감 들고 힘든 일을 하지 않았다. 이제 기온 상승 1.5도 제한에 대해 새로운 국제적인 협의가 이루어지면, 우리는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압박받고 이로 인한 고통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국제적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1.5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다.
[참고문헌]
Chang-Eui Park et.al 2018 : Keeping global warming within 1.5 °C constrains emergence of aridification, Nature Climate Change volume 8.
Carl-Friedrich Schleussner et al. 2016 : Differential climate impacts for policy-relevant limits to global warming : the case of 1.5?°C and 2?°C, Earth Syst. Dynam., 7, 327-351.
E. M. Fischer and R. Knutti 2015 : Anthropogenic contribution to global occurrence of heavy-precipitation and high-temperature extremes, Nature Climate Change volume 5.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