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위성이 23일 오후 9시에 촬영한 태풍 솔릭 영상.
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밤 11시 목포에 상륙했다. 솔릭은 광주 등 호남 지역과 충청도를 가로질러 오후 1시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우리나라 동서를 가로지르기는 2012년 8월말 제14호 태풍 ‘덴빈’ 이래 6년 만이다. 당시 태풍 덴빈은 전남 완도 남해안으로 상륙한 뒤 동북 방향으로 가로질러 13시간 만에 울진에서 동해로 빠져나갔고,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태풍 ‘볼라벤’과 더불어 강풍·호우 피해를 발생시켜 사망자가 11명에 이르고 383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풍 솔릭은 상륙 뒤에도 태풍 반경이 260~290㎞에 이르고 ‘폭풍’급인 초속 24~27m의 강풍을 동반할 것으로 보여 이동경로 주변은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해안과 산지를 중심으로 초속 40m(시속 144㎞)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0~30m(시속 72~10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3일 “태풍 솔릭이 오후 9시 현재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 중심부근 최대풍속 초속 32m(시속 115㎞)의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세력을 유지하며 목포 남남서쪽 약 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2㎞의 속도로 동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릭은 23일 밤 10시께 전남 진도를 거쳐 11시께 목포 남쪽 20㎞의 해남 화원반도 부근 해안으로 상륙했다. 솔릭은 오전 1시 광주, 3시 완주, 5시 영동, 6시 보은, 8시 단양, 9시 정선을 거쳐 오전 11시께 강릉에서 동해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오전 7시께 남동쪽 130㎞ 지점으로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전남, 경남 서부 100~250㎜(많은 곳 강원 영동, 전남 해안 300㎜ 이상, 지리산 부근 400㎜ 이상), 중부(강원 영동 제외), 전북, 경북, 울릉도·독도 50~100㎜(많은 곳 150㎜ 이상, 경북 북동 산지 200㎜ 이상), 경남 동부, 제주도 30~80㎜ 등이다.
기상청이 23일 오후 10시 현재 예측한 태풍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
태풍 솔릭은 상륙 뒤에도 강도가 중인 소형 태풍으로 최대풍속이 초속 24~27m에 이르고 태풍 반경도 270~290㎞에 달해 이동경로 주변 지역은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해안과 산지를 중심으로 초속 40m(시속 144㎞)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0~30m(시속 72~10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태풍 솔릭이 애초 예상한 시속 20여㎞보다 훨씬 느린 시속 15~16㎞로 이동하면서 전향이 일찍 일어났다. 23일 오전에 태풍이 속도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여전히 속도가 느린 상태가 지속돼 예상 이동경로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유희동 예보국장은 “태풍 솔릭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것은 제20호 태풍 ‘시마론’이 시속 30~40㎞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을 약화시키고 이에 따라 솔릭이 동쪽으로 전향하는 힘을 얻었다. 솔릭이 동쪽으로 향하려는 힘과 현재 진행방향인 북서 방향의 관성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이동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본 기상청이 23일 오후 9시 현재 예측한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
한편 일본 기상청은 22일 오후 3시 발표한 ‘태풍 정보’에서 솔릭이 전남 해안 쪽에서 동쪽으로 크게 전향해 진행하는 것으로 태풍 예상 이동경로를 변경한 데 이어 23일 오후 9시 발표 정보에서는 솔릭이 이날 늦은 밤 전남 신안을 통해 상륙한 뒤 호남과 충청도를 가로질러 동해로 빠지는 경로로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22일 낮 12시까지만 해도 태풍이 경기만 해안으로 내륙에 진입해 휴전선을 따라 진행한 뒤 북한 원산 쪽에서 동해로 빠졌다 다시 함북 쪽으로 재상륙하는 것으로 제시했던 것을 23일 오후 6시 발표 정보에서는 한국과 유사하게 전남 해안으로 상륙해 강릉 쪽으로 진행하는 경로로 수정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가 23일 오후 6시 현재 예측한 솔릭의 예상 이동경로.
태풍 솔릭의 예상 진로 변화에는 제20호 태풍 ‘시마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마론이 일본 중부지방을 관통해 동해로 진출할 경우 태풍 솔릭을 끌어가는 ‘준 후지와라 효과’(두 태풍 간 상호작용 현상)가 일어나 솔릭의 이동경로가 동쪽으로 크게 전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영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팀장은 “두 태풍이 역회전하도록 만드는 후지와라 현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마론과 솔릭이 충분히 가까워지는 시점이 되면 간섭 현상이 일어나 시마론에 의해 솔릭이 이끌려갈 수 있다. 그럴 경우 현재 예상 경로보다 동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희동 국장은 “두 태풍 사이의 간격이 1100㎞ 이상이고 대기 하층의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두 태풍의 연계성을 찾기 어려워, 이른바 두 태풍의 상호작용에 의해 역회전이 발생하는 ‘후지와라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후지와라 효과는 두 개의 태풍이 일정거리 이내로 인접하게 됨에 따라 물리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각각의 태풍의 진로와 발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두 태풍이 가까워지면 역회전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2012년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대만에 머물러 있던 제14호 태풍 ‘덴빈’을 끌어들여 동쪽으로 역회전시킴으로써 한반도로 재진입하도록 만든 경우가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강 팀장은 “태풍 솔릭과 시마론이 충분히 가까워져 영향을 끼치더라도 후지와라 효과에 해당하는 역회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태풍 솔릭은 23일 오전에야 전향을 시작하고, 태풍 시마론의 경우 일본 열도를 관통하면서 세력을 얼마나 유지할지에 따라 두 태풍 사이의 영향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화보] 19호 태풍 솔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