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인 개선은 보가 아니라 하수 처리 덕분
수질 개선 사업 효과를 4대강 사업 효과로 둔갑
4대강의 수질 지표 COD는 대부분 보에서 악화
수질 개선 사업 효과를 4대강 사업 효과로 둔갑
4대강의 수질 지표 COD는 대부분 보에서 악화
“이 정부 들어 네 번째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선 4대강 사업 전후 4년씩의 기간 동안의 수질을 비교해보니 개선된 곳(44%)이 악화(14%)보다 많다고 조사됐다.”
며칠 전 한 유력 매체에 실린 ‘억지로 한강 보 열어놓고 조개 구조 코미디‘라는 제목의 사설의 일부다. 이 매체는 정부가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해 보를 개방하는 것에 대해 “말이 안 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녹조라테‘라는 신조어에 익숙해진 이들은 혼란스럽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됐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론 반대라는 사실을 감사원이 확인한 것처럼 읽히는 까닭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 기사에는 “4대강 사업은 확실히 잘 한 것이 맞네”, “MB를 싫어하지만 4대강 사업은 MB의 걸작 중 하나가 틀림없다”는 등의 댓글이 붙었다. 과연 그럴까?
사설에서 언급한 수치는 지난 7월 감사원이 4대강 감사 결과 발표자료에 첨부한 성과분석 보고서의 ‘16개 보별 수질 개선 및 악화 지표수‘ 표에 근거한 것이다. 대한환경공학회가 용역을 맡아 작성한 이 보고서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용존산소(DO), 부유물질(SS), 총인(TP), 총질소(TN), 질소인비율(N/P비), 클로로필-에이(Chl-a) 등 8가지를 4대강 보의 수질지표로 선정하고, 총 128개 지표(16개 보×8개 지표)의 변화를 살펴 56개(44%)가 ‘개선’, 54개(42%)가 ‘유지’(변화없음), 18개(14%)가 ‘악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개선된 수질지표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이자 지금 정부가 처리 방안을 찾고 있는 보 덕분이 아니다. 환경공학회에서 이 분석 작업을 이끈 충북대 하성룡 교수는 “학계에서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해 질소와 인 유입을 줄인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16개 보의 총질소와 총인, 질소인비 등 3종 48개 지표 가운데 악화된 것은 하나도 없고 31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이들의 주장은 보 건설로 강이 호수화되면서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은 보로 강을 막아 물의 양을 늘리면 희석효과로 수질 오염이 개선된다는 주장을 폈다. ‘물그릇론’으로 불린 이 주장은 이미 허구로 결론 난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 당시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김범철 강원대 교수는 “하수 처리가 수질을 개선하는 주요인이었고, 보와 준설에 의한 강물 체류시간 증가가 수질 악화요인이었다는 것은 이미 정리가 끝난 얘기”라고 말했다.
하수처리 고도화 등의 환경부의 수질개선사업의 80% 이상은 4대강 사업의 ‘본사업’이 아니라 이미 계획돼 있던 사업들을 보에 의한 수질악화를 막기 위해 앞당겨 시행하는 ‘직접연계사업’으로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에 포함됐다.
수질지표에는 환경공학회 보고서에서 사용된 8가지 외에도 수소이온농도(pH), 전기전도도, 총유기탄소(TOC) 등 다양한 지표가 있다. 이 지표들은 각기 의미와 중요도가 다르다. 보고서에 제시된 표에는 이런 수질지표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게다가 질소인비를 수질지표에 포함시켜 전체 128개 지표 가운데 개선된 지표수가 12개나 늘어난 것으로 계산했다.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 것은 당연히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분석책임자도 인정하는 명백한 잘못이다. 질소인비는 질소 농도를 인 농도로 나눈 값으로, 그 자체로는 수질 개선과 악화를 나타내지 못한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해보면, 4대강 보 수질지표의 개선 비율 44%와 악화 비율 14%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지표들을 평가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대표적인 수질 지표는 비오디와 시오디다. 비오디는 흐르는 하천 물에, 시오디는 정체된 호소 물에 사용된다. 보에 막혀 호소나 마찬가지 상태가 된 4대강 보의 대표 수질지표로는 비오디보다 시오디를 써야 한다. 비오디에는 정체되는 물에 자주 발생하는 녹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공학회 용역 보고서에 제시된 4대강 사업 전후 16개 보의 시오디 변화를 보면, 개선 1곳, 악화 8곳으로 악화가 압도적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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